꽃의 제국
강혜순 지음 / 다른세상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무엇이든 자세히 보면 우리는 함부로 그것을 범하지 못할 것이다. '범한다'는 것은 단순히 헤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아주 주관적인 관념이나, 통념 따위 모두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생명체의 마디마디를, 그 틈새의 털 하나 하나를 다 살펴본 후에도, 혹은 그 맑디맑은 눈을 보고 난 후에도 그 생명체를 거리낌없이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이 세상 가장 잔인한 사람이라고, 가장 막무가내로 포악한 사람이라고, 주변의 다른 생명체와 그 어떤 커뮤니케잉션도 가질 수 없는 아주 불쌍하고도, 고립된 존재라고 밖에 나는 달리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본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며, 다른 말로 생명을 이해하기 위한 진솔한 '손 내밈'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그림들도 모두 아주 자세히, 상세히 식물을 나타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숱한 사진들은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부연이 아닌, 이 책에서 당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관한, 저자의 관념과도 상치되는 그런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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