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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데이비드 조지 고든 지음, 문명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나는 조신하게 절대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맨 처음엔 이 책을 읽어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책 속에 숱한 바퀴버레 그림 때문에 잡고 있던 손이 어쩜 그렇게도 근지럽고, 소름이 끼치는지, 책 펴지의 흰 바탕 위로 그려진 바퀴벌레 그림을 보노라면, 바퀴벌레에 관한 책이기 보다는 바퀴벌레를 대려잡아 그 시체가 묻은 책 같아, 영 찜찜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나도 곤충혐오증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누구든 바퀴벌레의 섹스 순서 그림을 보는 순간, 경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아주 희망적인 메시지도 가득하다. 바퀴벌레 퇴치법이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인데, 이 방법은 다른 것들보다 간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꽤 그럴 듯 하다. 바로 바퀴벌레가 지구에 사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한 방법들이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모든 물을 차단한다든가,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다든가, 아예 실내 온도를 확 낮춰버린다든가 하는 방법들은 참으로 원시적이면서 아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귀찮다는 것이 문제일 텐데, 이 문제는 바퀴벌레에게 좀 더 혹독하게 당해본 뒤에야 생각해도 될 문제인듯 싶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