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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인류학 - 유전자를 타고 가는 시간여행
존 H. 릴리스포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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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토콘트리아 DNA로 진정한 별 섞임 없는 모계 역사책 같은 유전자를 연구한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적 차이가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의 것 보다 적다고 인간을 단순히 “털없는 원숭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또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DNA라는 유전자 만 놓고 세 종을 비교한 자료에 불과하다.
이미 앞서 살펴봤듯이 ‘이기적인 유전자든, ‘문화적 진화’든 모두 DNA로 모든 것을 가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DNA가 우리 몸을 구성하게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문제다. 여러 가능한 사안들 가운데 하나이냐, 아니면 가장 중요한 요소이냐, 아니면 이것이 전부이냐 하는 문제들 말이다.
나는 이 중에서 첫 번째인 ‘여러 가능한 사안들 가운데 하나’라고 우리 몸의 유전자를 홀대 해 왔었다. 나는 정말 다른 말들은 도무지 믿어지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정말 유전자가 ‘다’라면 나는 다시 또 “우리 인간은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 것이며 우리의 존재는 무엇이며, 어디서 마땅한 존재의식을 찾아야할 것이며, 나는 앞으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야할지” 너무나 막막해 지기 때문이다. 그냥 나는 ‘나’라는 존재 하나로만 인식해도 이런 문제를 풀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