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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트 & 영 세계 생명공학 리포트
언스트 & 영 지음, 녹십자벤처투자 옮김 / 김영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생명공학”에 관련한 책이기 때문에 유전자, “DNA”나 “Protein”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 의문이 가는 부분이있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에 대해 언급한, 단백질을 알면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럼 질병은 단백질의 이상으로만 생기나? 마치, 단백질에 대해서 모두 잘~ 알면,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너무나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본 생명공학의 미래이다.
나는 너무 큰 염려를 하거나, 몰라도 한참 몰라 너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 몸을 유지하고 조절하고 방어하는 등의 거의 대부분의 물질이 단백질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백질 뿐 일까? 내가 도킨스의 입장에 반대했던 주된 이유는 내가 환경에 많은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유전자의 능력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에피제네틱스에서만 보더라도 환경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주요 인자임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단백질을 아주 잘 안다고 해서 질병을 완전 정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만약 아주 다양하게 발현할 수 있는 항체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다른 돌연변이 종(인간의 화학물질에 의해 돌연변이종이 유발되기는 쉬우므로)의 생물체가 다시 항원의 모양을 바꿔 우리 몸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아는 순간, 벌써 둘이 생기게 되고 둘을 쫓자, 다시 셋이 생겨서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어쩌면 현재 발병하고 있는 질병은 잘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질병이 도래할 것이다.
내가 어떤 사이트에서 잠깐 읽은 내용이 있는데, 바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에 대비한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급박한 내용이었다. 슈퍼박테리아는 특히, 수술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매스로 절개된 조직이 세균에 의해 감염될 때오는 패혈증 같은 질병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사항은 바로 이 슈퍼박테리아는 인간이 항생제를 새로 만들어 내는 속도에 따라 더 빠르게 발생한다는 사실이었고 이에 대한 증명으로 페니실린이 아프리카 어느 오지에서는 아직도 대단한 특효를 나타내는 신비의 묘약이라는 데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항생제 같은 많은 약이 남용되고 있는 나라일 수록 시급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는 데 얼마나 섬뜩하던지. 인간은 절대 진화론 상에서 최 상단에 있지 않으며, 결코 자연에서 최 우위를 차지 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아주 깊이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제노믹스나 프로테오믹스적으로 질병을 연구하는 분야의 문제점은, 유전자에 모든 질병이 어디 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1번 염색체 어디에 있는 이 유전자는 X병, 2번 염색체의 무슨 유전자는 Y병.... 운운하는 이런 식의 발상이다. “유전자 서열”이 아니라, 아예 “질병 서열”이라고 하라지 너무 오바다. 우리 유전자가 무슨 질병을 나타내게 하는 대단히 나쁜 놈처럼 치부되는 것 같고, 이런 생각 때문에 우리의 유전자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맞서 싸우자는 입장까지(“비열한 유전자”처럼) 나오게 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 프로테오믹스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한정적인 입장으로 이 학문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유전병 외의 다른 질병은 또 어떻게 연구하고 치료될 것인가? 프로테오믹스 다음의 또 다른 새 학문이 탄생할 것인가?
이 책은 추천 말처럼, 아주 현실적으로 경제적 입장으로 하나하나 따져 본 ‘생명공학 분석책’이라고 인정한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함께 1999년에서부터 2000년 초까지 생명공학 기업이 쉽게 말해서 날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2000년에 그 거품이 빠져 불황시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이 책은 생명공학은 여전히 무한한 가치창출의 분야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2000년의 아주 작은 실패를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