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유전자
테리 번햄 외 지음, 박윤정 옮김 / 너와나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나약함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란다. 나는 비로소 그가 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자기 분수나 알고 살라는 기분 나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그토록 떠들어댔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저자는 우리의 이 '나약함'이 유전자의 이기적인 비열함과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방식의 차이에 의한 결과임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대단한 깨달음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 비록 그 접근방식이 한계에 다한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지만(현 인간의 온갖 행동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퍼즐 게임을 하는 듯하다. 즉 결론으로 원인을 이해시키고자 하니,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생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반발감도 갖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가 다른 사람과 부딪힐 거의 대부분의 '꺼리'를 이토록 유쾌하게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해 놓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저자들의 노고에 그저 박수를 쳐주고 이 책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우리 인간을 아니, 생명체를 2등분했다는 사실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바로 아주 긍정적 이미지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과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의 비열한 유전자로의 등분(이는 저자 스스로 모순을 가져온 결과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인간 사회 내에 편가르기는 사실 무용지물이며 이것은 대단히 임의적이라 우리 사회가 좀 더 공동체적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막연한 편가르기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역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이 편가르기를 그만두고 유전자와 공존하는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싸워서 얻은 이익보다, 싸우면서 낭비된 에너지까지 합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이며, 이 둘이 무한히 경쟁을 하고 있으며, 결론은 전자가 승리를 하게 될 것이므로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비열한 유전자'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약간 피해를 끼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유전자의 죄라고는 너무 빨리 변한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밖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다면 너무 빨리 환경을 변화시킨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토록 빨리 환경을 변화시킨 능력은 어디에서 왔는가. 어차피 유전자도 우리 몸의 일부이다. 저자가 유전자에 그토록 많은 능력(지금 우리의 사소한 행위 자체도 유전자의 판단 결과라고 까지 했으니)을 부여했으니, 환경을 빨리 변화시킨 우리의 능력도 유전자로부터 왔을 것임이 자명한데 왜 저자는 앞 뒤, 모순 되게 '유전자'와 '우리'를 떼어놓아야 했는가.

하지만 나는 책을 평가하는데 이런 근본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는 일단 접어버리기로 했다. 이 책은 너무도 유쾌할 뿐만 아니라 아주 유용한 정보로 가득 찬 책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직접 읽어보고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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