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장자리
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 국형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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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꽤 확실한 방법으로 뭐라 의심을 가질 수 없도록 철저히 제시하고 있다. 내가 거기에 대고 함부로 코멘트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저자는 분명히 과학적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며 현대적 과학 이론가의 표상이었다.
우리는 퍽 좋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예측 가능한,완벽할 것 같은 시스템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돈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결코 과거, 칸트가 그토록 강력히 주장하며 꿈꿔왔던 완벽한 과학적 예측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나비효과'의 완벽한 증거물인 날씨예측일 것이다. 그 외에,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A매치 가상 축구 게임도 한다. 각 선수들의 특기나 성향,각 선수의 컨디션에서 그날의 날씨라는 변동 사항까지 예측해서 프로그램화한 후, 경기를 치른다 하더라도 그 경기는 결코 실제 경기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아주 방대한,정확한 자료를 입력한다 해도결과는 마찬가지이다.변수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온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는 데서 두 가지 실수를 한 것 같다. 하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환원론적 시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우리는 완벽한 예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은 현재 우리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컴퓨터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생명의 '창발'이론의 주요사항이될자료를 끼워 넣어 먼 과거의 최초 생명 탄생을 예측하고자 한 것이다. 또 환원론적 시각이 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모노가 말한, '박테리아에서 통한 것은 인간에게도 통한다'는 말이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 현상을 지극히 단순화하면 이해하기는 쉽겠지만, 그 만큼 예외 사항은 많아지게 되고 결국, 우리는 생명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생명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를 증명하기 위해, 단추에 실을 끼우는 간단한 모형은 참으로 그럴 듯 하다. 나는, 비록 분자들의 수가 충분히 다양하고 충분히 복잡하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하에서 일어나는 결과(정말 갑자기 큰 분자가 만들어지는)에 너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문제는 전제가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그 현상이 생기게 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란 표현을 자주 썼는데, 그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일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상은 재미있었지만, 그는 단순히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전제를 만들어 다시 그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결과론적인 방법이다. 저자는 늘 이런 식이다. 증명하는 방식엔 늘 전제가 존재한다. 언뜻봐서는 참 그럴 듯하다. 전제하이므로 우리의 사고는 그 전제 하에 갇혀, 결국 그가 제시한 증명 방법에 한치의 오류도 없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는 그가 추구하고자했던 '확실한 증명을 할수있는 과학적 이론'의 설명방법으로는 부적합하다. 저자가 설정한 전제부터 우리에게 충분히 납득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것이다. 되게 모호하지 않은가. 충분한 양과 충분히 다양한 분자들이 떠 있는 원시 수프라...
확실히 생명이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존재해야할 이유에 대해서는 퍽 와 닿는다. 저자는 책제목을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지은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도킨스의 '밈'을 인용하면서 은근히, 자기의 이론도 새로운 '밈'이 되기를 바라고있다. 나는 어느 정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의 생각이 미치는 한계다.생명을 한없이 기계적으로, 분자적으로봐야 그나마 어떤 결론이라도 낼 수있을 것이므로. 그 외에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종교집단에서나 해야할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우리를 굉장히 허무하게 만들 것이다.비록 그가'우리는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예정된 존재였어요'라 말은 하지만,'우리 몸은 결국 분자 조가리에 불과하며 결국 죽으면 썩어문드러지고만다'는 허무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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