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연애서.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마야 스토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남자의 도움 혹은 자신의 희생 없이 당차게 인생을 살아나가고픈 욕구와 동시에 남자들에게 기대고 자신을 강하게 이끌어줄 남자를 원하는 욕구 사이의 갈등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또한 이상적인 자아와 본능 속의 자아가 충돌을 일으켜 엄청난 정체성의 혼란을 느껴본 적도 자주 있을 것이다. 이상의 자아와 본능의 자아는 양극단에 존재하고, 또한 지극히 여성스러운 여자의 내면에는 거친 남성성이 숨어 있다는 것... 이 양립할 수 없는 듯한 모순이 바로 강한 여성의 딜레마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내용들을 융의 심리학에 근거하여 원형, 내면의 그림자, 투시,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의 용어로 다소 진지하지만 어렵지 않게 이끌어 가고 있다. 책의 중반부 이후부터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예로 들어 약한 여성이 어떻게 내면의 강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지 자세하고 통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 이제 강한 여성의 낭만적인 딜레마를 해결해 줄 차례가 왔다. 책의 후반부에 강한 여성들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며 스스로를 인정하도록 한다. 그림형제의 동화 속에서 끝내 강한 여성과 남성이 해피앤딩을 이루듯 강한 여성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충고한다. 그 방법은... 기다리는것. 내면 속의 아니무스를 상대 남성에게 투영하기를 멈추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진실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역시 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어렵다.

그의 그림을 사랑한다면

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ㅣ 다빈치 art 11
구로이 센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3년 4월

에곤 실레.. 처음 그의 그림을 접했을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가슴저림을 느껴본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클림트의 제자이자 예술적 동료로 곧잘 비교되거나 혹은 클림트의 유명세에 가려 2인자로 취급되기도 하는 에곤 실레..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클림트의 그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뼈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고통이나 슬픔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클림트의 그 관능적이고 탐미주의적이며 풍요로운 금빛으로 가득찬 그림보다 거칠게 내리그은 에곤 실레의 거칠고 안타까운 그림이 더욱 마음에 간다. 이 책은 에곤 실레를 소개한 책으로는 가장 실레를 이해하고 깊이있게 관찰한 책이 아닐까 싶다. 꼭 소장하고픈 책이다.

가뭄의 단비같이..

포트폴리오 이렇게 만든다
디자인하우스 편집부 엮음 / 디자인하우스 / 1998년 3월

포트폴리오 제작에 관한 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처럼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A to Z 를 가르쳐 주고 있는 굉장히 실용적인 책이다. 포트폴리오 만드려는 사람이 한번쯤은 꼭 봐야할 내용들이 전부이다. 내용도 굉장히 압축적이어서 얇고 작은 책한권에 알차게 담겨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유행과 변화에 발맞추어 개정판이 나왔으면 하는 점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제작된 최신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보아도 좋을...

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과 같이 비전문가(미술을 전공하거나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가 쓴 미술서나 명작 감상서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책들 중의 하나로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딱 그 정도에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얻은 수확이 있다면 내가 모르던 작가를 몇명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끌리는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이다. 이러한 감상책들이 대부분 유명한 화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기에 화가나 그림들이 70% 이상 겹치게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 나머지 30%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되어 기쁨을 주었다.

성인들을 위한 동화 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7월

한때 성인들을 위한 동화들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정채봉, 안도현 등등... 나는 개인적으로 정채봉씨의 순수하고 정말 말그대로 동화같은 글들을 사랑한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을 정의하는데는 다소의 시간이 걸렸다. 시집, 산문집, 동화, 에세이...?

글쎄... 이 책의 작가 황경신은 또한 한때 스트리트 매거진의 시조로 붐을 일으켰던 페이퍼의 편집장이다. 다른 리뷰처럼 페이퍼의 매니아라면 두손들고 반길만한 내용과 구성, 책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깔끔하고 예쁘고 잘 포장되어있으며, 나름대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들도 있다. 그렇지만 무언가에 더 목마름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