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하면 가지는 나만의 편견이 있다. 걸걸한 목소리에 거친 욕설을 뱉으며 축구나 농구를 즐기는 드센 남학생들이 있는 곳. <아무튼, 남고>는 그런 내 편견을 깨보고자 선택한 책인데 표지부터 핑크빛이 도는 것이 벌써 저자가 남고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진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저자가 첫 학교 발령날부터 마주한 반에 배정된 두 중학교 짱(?)들의 싸움으로 시작한다. 남학생들이 모인 곳에서 싸움은 필연적인 일인가 싶으면서도 중간중간의 에피소드에서 싸움을 겪으며 병원으로부터 전화도 받고 학생의 보호자가 되어주는데, 싸움을 맞이한 저자 학교의 부장님의 '이새끼들'이라는 부름에 나조차 친근감이 들 정도다. 여기서의 싸움은 이만큼 학교폭력이 심각해요, 라는 뜻이 아니라 남학생들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로서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의 시선이 담겨 있다. 책에는 싸움뿐만 아니라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 남고에서의 동아리 활동, 선생님을 비하하는 단어를 발견하여 선생님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숨기고 있던 일화 등 생각지 못했던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남학생들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담고 있어 내가 저자가 된 듯한 보람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학생들과 북클럽 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알차게 수록해두어 독서활동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좋은 수업을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의 에세이는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많은 선생님들과 이런 일상 속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