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참신하게 느껴진 기획 의도와 페이퍼북 스타일의 디자인에 끌려 별 고민없이 집어든 ‘탈선’을 나름대로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두번째 작품 ‘단 한번의 시선’은 한껏 부푼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아쉽게도 기대했던 만큼의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책 뒤표지에 빼곡히 적힌 매스컴 서평을 곧이 곧대로 믿고 출발했지만 중반을 넘기지 못한 채 퍼지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다른 책 두권으로 잠시 눈을 돌리고 나서야 겨우 이 책의 끝을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도 순전히 이 책을 원작으로한 미니시리즈가 미국에서 꽤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 얘기를 들은 뒤에 생긴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평들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쪽인데…왜 그럴까?
모양새만 보면 분명 변종 ‘하드보일드’ 같은데 이 주인공 친구, 말이나 행동에 비해 ‘사색’하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소설을- 충분하게 섭렵한 정도는 아니라 어렴풋이 넘겨 짚는 거지만 제가 읽은 이 장르의 주인공들은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선과 악의 경계 사이에서 갈등하며 팜므파탈 앞에서 고민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덱스터’는 끊임없는 자아 성찰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또 그렇게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조립해 나갑니다. 이야기의 진행이라든가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전 그것이 너무 꼴 사나워 보이고 때론 지루하기 까지 합니다.
‘혁진’님의 말씀대로 ‘덱스터’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스파이더 맨’이나 ‘엑스맨’과 같은- 슈퍼 히어로를 닮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태클이지만…처음 범인과 맞닥뜨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범인인 남겨둔 나머지 것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짐작’이며 라스트로 향하게 된 것도 ‘무언가에 홀려서’라고 ‘덱스터’ 본인 스스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살인에 대해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아니 반 강제적으로 실행에 옮기도록 프로그램(좀 지나친가?) 되어있는-‘기계’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여기가 아닌 ‘SF’ 섹션으로 가야하는 것 아닐까요?
싫다고 했지만 흥미로운 작품이긴 합니다. 주인공 소개는 1권 정도로 충분하니 다음 작품은 다른 캐릭터들의 부각에 좀더 ‘헌신’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