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조국
로버트 해리스 지음, 김홍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편리함을 외면한채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를 고집하는건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동네 서점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입니다. 몇년전까지 저희 동네 버스 정류장 앞엔 서점과 음반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었는데 음반가게가 먼저 손을 들고 미용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서점은 그래도 좀 나은지 아직까진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역시 오늘 내일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건 이 서점에 순문학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학생들 참고서나 경제 관련 책들이 빠른 속도로 점령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구경삼아 들르던 횟수도 (사장님 눈치도 보이고 해서)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썰렁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서점이 없는것 보단 낫지요.  

둘째는 ‘뜻하지 않는 발견’ 때문인데 [당신들의 조국]이 바로 그랬습니다.

두툼한 두께에 이뿌장한 표지가 눈에 확 띄어 얼른 가서 집어들었는데 놀랍게도 2차대전 이후의(정확히 말하면 2차대전에서 승리한 가상의) 독일 을 배경으로한 스릴러였습니다. 뒷장에 실린 소개글을 읽어본 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들고 왔지요. 매스컴들의 서평도 집에 와서야 보았습니다. 무엇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리 곰곰히 생각해볼 것도 없었습니다. 바로 ‘향수’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향수의 향이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나 [르윈터의 망명]에 가까웠는지 아니면 [자칼의 날]이나 [독수리는 내리다]쪽이었는지 당시엔 확실치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을 읽었을 때의 아릿한 느낌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걸 보니 아마도 제가 기대했던건 전자쪽이었나 봅니다. 정말 아쉽게도 [당신들의 조국]을 읽고 뿌듯해 하기엔 -외람되지만- 제가 너무 늙었습니다 . 만약 지금의 제 나이가 ‘채플린’의 영화 [독재자]의 엔딩 연설을 보면서 가슴이 쿵쿵거렸던 갓스물을 넘긴 그 나이였다면, 혹은 이 작품이 쓰여졌던 그 시기(1992년)에 바로 이 책을 볼 수 있었더라면 아니면 내가 아직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면 이 작품이 조금은 더 묵직하게 와닿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낡고 약아빠진 지금의 저에게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이나 감동은 책을 집어들 때 기대했던것 만큼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영화 한편의 제목을 썼다 지웠다 하기를 수차례…결국…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충격적인 반전이라면 반전인데…한정된 스크린을 통해 표현되는 영화속의 영상이, 읽는이의 상상력을 통제 할 수 없는 소설속의 묘사를 압도하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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