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무한도전'을 보면서 '과연 이 쇼프로의 끝은 어딜까?'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밑도 끝도 없어 보이던 이 프로그램이 언젠가부터 주말 저녁 안방을 장악하기 시작하더니 일정한 포맷도 없이 매회 변화하고 있고 출연자 여섯명의 캐릭터 또한 간격을 두고 바뀌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점점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다크>를 읽는 동안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지하세계로 통하는 계단. 그 계단을 다 내려온 줄 알고 한숨 돌렸는데 알고보니 ‘층계참’이었고. 끝인줄 알았더니 또다른 출발점이었습니다.

무섭습니다. 이 ‘어둠의 자식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 나온걸까요? 아마도 작가의 경험속에서 구체화되어 뚜벅뚜벅 걸아나온 것이겠죠? 하지만 작가도 분명 우리가 있는 이 땅덩어리에 발을 붙이며 살고 있을텐데… 그렇게 살다보면 뾰족하고 모난 부분도 어느덧 세상풍파에 깍이지 않나요? 독합니다. 작가는…

언젠가 ‘그’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는 -얼마동안이었는 지는 알 수 없는, 제 기억속에서만-네번째의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밥상을 물리러 부엌으로 들어가자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저 여자랑 헤어져야 할 것 같다.” ” 왜요?” “몰랐는데 암내가 너무 심해…같이 살 수가 없네.”

책을 읽는동안 언뜻언뜻 ‘그’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람을 죽일 용기나 배짱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미야베 미유키’님의 <이유>나 <화차>를 읽었을 땐, 가슴이 시리면서도 그녀의 다음 작품을 어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크>는 책을 덮고 난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적어도 한 다리는 건너서 ‘기리노 나츠오’ 여사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딴엔 그래도 강펀치에 단련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긴 숨 내뱉을 틈을 안주고 날아오는 그녀의 묵직한 어퍼컷은 제 맷집을 무색하게 만들며 그로키 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다소 위험한 발언일 지도 모르겠지만  전 ‘히사에’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미로’는 제가 느끼기엔 좀 영악합니다. 그래도 ‘히사에’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만 외치는 순진한 구석이 있으니까요…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를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