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of a Red Heroine : Inspector Chen 1 (Paperback)
Qiu Xiaolong / Sceptre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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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Qui Xiaolong’이라는 전혀 생소했던 이름을 알 게된 것은 영 국의 출판 그룹 ‘펭귄’에서 시리즈물로 발간한 ‘러프 가이드(ROUGH GUIDES) -우리로 치면 ‘지식 총서’ 정도- 중의 하나인 ‘크라임 픽션’(사 진 참조)을 통해서였습니다. 영국의 ‘추리소설’ 전문 잡지인 ‘크라임 타 임’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Barry Forshaw’라는 이에 의해 완성된 이 책 은 이 장르를 몇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그 섹션에 마땅히 들어가야 할 발군의 작품들을 글쓴이의 대략적인 이력과 함께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그 가지들 중의 하나가 뛰어난 비영어권 작가들을 알 리는데 할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엔 아시아인으로서 는 단 두명의 작가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 ‘Qui Xiaolong’이라는 분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바로 ‘미야베 미유키’여사 입니다.

글쓴이 개인의 의견이긴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와 동급의 점수를 매겨 놓았다는 점은 그녀의 왕팬인 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 고 중국 출신 추리소설 작가라는 낯설음이 가져다 준 프리미엄은 그 호 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시간이 흘러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희미한 기억은 서점 ‘크라임 섹션’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동 양의 냄세가 물씬 나는 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결국 저를 끌고 갔습니다.

바른대로 말씀 드리자면 책을 사들고 와서 처음 펼치기까지 제법 시간 이 걸렸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영어로 씌어지긴 했지만)가 완성품 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다는 말과 같다는 등식에 워낙 오랫동안 길이 들 여져 왔던 탓에 언뜻 보기에도 두툼한 책의 첫페이지를 선뜻 열어볼 용 기가 나질 않았거든요. 마치 검은 보자기로 싸여진 유리상자안에 뭐가 들었나 궁금하긴 한데 막상 손을 집어넣으려니 원인모를 찜찜함이 자꾸 팔을 끌어 당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뭐, 결국은 용기를 내서 밀어넣 었습니다. 결론은… 잘했죠. 아니었으면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주었던 희열(에 비하면 아직은 모자란듯 하지만 그녀만큼의 충분한 능력을 가 진)의 또다른 버전을 놓쳤거나 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한참 뒤로 미뤄 질 뻔 했으니까요.

분량도 만만챃은 데다 충분치 않은 영어실력 탓에 첫 페이지를 펼친 뒤 로 오랜시간이 걸려 도착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난 뒤 처음 든 생 각은 -좋은 글을 읽고나면 언제나 그렇듯-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아름답고 신비스런 영화를 봤는데 혼 자 알고 있기 아까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는 싶은데 ‘모자란’ 말주변 때문에 시름에 빠진 상황이랑 비슷하다고 할까? 특히,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 작가에 의해 중국을 배경으로 씌여졌다는 점때문 데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이 글을 훨씬 더 읽어볼 만한 책으로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암튼, 대강의 내 용은 이렇습니다.

1990년의 상하이, 서쪽으로 20마일 정도 떨어진 어느 운하에서 한 젋 은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이에, 상하이 경찰 특별 수사본부 소속 의 ‘YU’ 형사와 그의 상관이자 이 작품의 주인공인 ‘CHEN CAO’ 형사가 이 살인 사건의 조사에 뛰어들게 되고 사건 해결을 위한 전담 수사반도 꾸려집니다. (그렇다고 일본 영화나 책에서 보아 왔던 중대 단위의 인력 이 동원되는 건 아닙니다. 원래의 수사 팀에서 은퇴를 막 앞둔 당 고위 간부가 한명 더 느는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마땅한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만한 정보는 나오질 않고 수사는 마냥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 합니다. 사체의 신원이 밝혀지고 당 유력간부의 아들이자 천부적 재능 을 가진 사진작가인 ‘WU’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기 전까지는요…

작가는 전반부의 상당부분을 등장 인물의 면면을 소개하고 후반부를 위 한 복선을 준비하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좀 늘어지는 느낌이네’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쩌면 이 나라 역사에 대해 잘모르는 저 같은 독자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중국 근대를 살아온 주인공들에 대한 개인사를 동반한 간략한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전반 후반부 부터 이 작품은 흥미를 더합니다. 미궁으로 빠질 것 같았던 수사가 차츰 진척되는 상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스릴과 더불어서, 문 단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영어 작품의 번역일도 간간히 하고 있는 주 인공 ‘CHEN’ 형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천안문 사태’ 직후의 격변하 는 중국사회상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쯤에서 책에 대한 소개를 이 정도로 끝내려하니 한참 모자란 제 능력 에 자꾸만 한 숨이 나오는 군요. 앞으로 국내에 소개가 될 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소개가 된다면 꽤 성공할거라는 쪽에 저는 내기를 걸 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마도 책을 덮을 때쯤엔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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