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놀자!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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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초등학교 교실에서 으레 벌어지는 일이 있다. 그것은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싶냐고 질문을 하는 장면이다. 나도 이런 일을 많이 경험했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나의 꿈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났다. 그 중에 별을 관찰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사그러 들지 않고 커졌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의 꿈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과학자가 가난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사회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나는 지구과학 분야로 지원하고 싶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꿈에 대한 좌절감을 가진 나를 어린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글쓴이가 친절하고 상냥한 어투로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의견까지 말해주는 형식이 이 책의 매력이다. 혹, 이런 류의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도 저자의 대화투의 문장에 이끌려 끝까지 읽도록 만들것이다.

하루 저녁에 다 읽을만큼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는 다양한 과학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과학자라고 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인물보다는 과학자 세계에서 유명하지 않고 가려진 인물에 대해 잘 소개해 주기 때문에 이 책은 아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이뤄낸 놀라운 업적은 평범한 우리를 흥분시킨다. 아주 어려운 분야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과학분야의 비주류 인물들이 이룩한 소중한 성과가 지금의 과학적 발전을 가져온 중요한 계기가 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이 좋은 이유 두 번째는 과학자들마다의 다양한 기질과 삶의 자세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력하고 성실하면 성공하고 게으르고 성적이 나쁘면 실패한다는 사회에 만연된 성공논리로 몰고 가지 않아서 좋다.

이 책은 우리가 잘아는 과학자와 잘 알지 못하는 과학자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각기 다양한 형태의 직업과 삶을 살았다. 기질도 달라서 괴짜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과 반대로 아주 모범생같은 성격, 그리고 평범한 가정을 배경으로 하거나 아주 가난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 인물이 나온다. 학력을 보면 아주 공부를 많이 한 경우도 있고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한 과학자의 경우도 나온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으로 다향한 삶을 산 과학자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다양한 성격과 기질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어른이 된 나에게도 용기를 주는데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희망과 용기를 갖게하고 자신의 엉뚱한 성격을 사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세련됨이다. 근래에 우리나라 아동도서가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외국의 유명한 도서를 베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책은 외국아동도서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구성과 일러스트를 보여준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사실 외국 과학동화라고 생각했다. 그 만큼 일러스트를 통한 책의 이미지가 고급스럽고 신비한 느낌과 과학의 심오함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선입견을 깰수 있는 책, 과학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 많은 과학의 조상을 통해 삶의 용기와 도전을 받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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