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통쾌하게 화장실에서 성공하고 돌아온 기분, 아니 그것보다 더 깨끗함 느낌의 시원함이다. 현경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벅차오르고 가부장적 문화권에서 부지불식간에 받아온 억압이 해소되는 느낌을 얻었다. 나도 보통의 대중으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 요구나 너무 과장되거나 편협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진정한 페미니즘에 대해 한 발 가까이 가게 되었고 내 속에 나도 모르게 새겨져 있는 남성중심적 사고의 틀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속에 있는 여신을 발견하고 극대화시키는 과정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독려는 현경교수만의 특별한 능력인 것같다.

하지만, 이 글의 대상이 되는 리나는 과연 이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런 연신을 찾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녀만의 카리스마적 글솜씨에 감탄하고 잠깐의 용기만 얻고 다시금 좌절하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회가 지금껏 쌓아온 고대로부터의 의식세계는 작가의 말처럼 할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노력한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여성들의 가슴을 쓸어주고 안아준다. 그리고 새로운 의식을 갖게 만들며 나자신은 있는 그대로 가치있고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그러나 한가지 이 책을 다 읽은 뒤 내 마음속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는데 그것은 그래 내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작가만큼의 용기와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은 멋진 말뿐아닌가?라는 생각과 조금더 나아가 그런 의식을 갖고 세상에 대항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가 궁금해진다.

세상에 있는 모든 여성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목적으로 일시에 일어나 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온다면 세상이 깜짝 놀라 확 ~ 바뀌어 버릴텐데.. 다 일고 난 뒤가 시원하면서도 조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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