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종이로 된 누더기를 걸친 공주가 테니스채를 들고 있는 곱상한 왕자에게 '그래 로널드,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하지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아주 통쾌함을 주는 부분이다. 보통 사람들은 공주라고 하면 예쁘고 갸냘프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움을 이겨나가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읽었던 많은 책에서 공주는 남성위주의 세계관을 가진 사회속에서 많이 쓰였기 때문에 한없이 약한 존재로 묘사되며 남성의 시각적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미모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이 책에서 엘리자베스 공주는 우리가 익히 인식하는 그런 아름다운 공주다. 용이 나타나 성을 불태우고 왕자를 잡아갔다. 분명 용이 공주를 잡아 가는 것이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스토리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공주가 남고 왕자가 잡혀간다. 그리고 남루해진 공주가 종이봉지를 걸쳐입고 왕자를 구하러 간다. 이런 부분이 우리의 딸들에게 연약하고 남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성의 미덕이라고 배워온 관습을 깨게 만든다. 공주의 기지로 용은 쓰러지고 공주는 왕자를 구해낸다. 그런데 구해준 것도 고마운데 로널드 왕자는 공주에게 공주다운 외모를 요구한다. 그런 왕자에게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넌 껍데기야'라고 외치는 엘리자베스는 여성의 인권을 지키고 여성의 존엄성을 더욱 높여가야할 요즘같은 시대에 걸맞는 이야기이다. 페미니즘적 시각을 갖고 쓰여진 책이라고 할 만큼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글이며 이런 '생경화하기'작업이 된 작품이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