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의 잔상 - 윤지운 단편집
윤지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허쉬는 그저 그랬지만, 시니컬 오렌지는 제법 재미있게 읽은지라 동일 작가의 단편집을 읽어 보았다. 몇개의 단편들이 엮여 있는데,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별로 특징적이지도 않고 새로운 것도 없었다. 작가의 그림은 계속해서 보아오던 그것이고, 이야기는 너무나 평이했다. 전체적으로, 조금 식상한 기분이랄까? 만화를 그리는 것은 대단한 창조 활동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고 특이한 것을 찾기 마련인데, 만화에서는 이것을 '재미'라는 이름으로 환원한다. 다시말해, 새롭지 못하고 특이한 것이 없다면, '재미'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언제나의 이야기는 좋게 말해 '익숙함'이지, 느낀 그대로 표현하면 '무료함'이다.

책 전체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첫번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 정도. 첫 번째 이야기는 작가 본인도 밝혔듯, 부담없고 편안한 개그의 퍼레이드였다. 특히, 비치 앞치마는 눈이 제법 즐거웠으며, 학점을 위해 대국을 훔쳤던 것에서는 강한 공감을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주인공이 울던 모습이다. 그 눈물의 의미가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에 가서도 아무런 상관없는 한 사람만이 알게 되는 상황이란! 남자주인공은 비참함에 몸을 떨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독자의 웃음을 위한 숭고한 희생임이 분명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굉장히 짧막하고 별 내용도 없지만, 장르가 호러이다 보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가볍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괜찮았지만, 너무나 평범했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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