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 주리 5
양여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자매이야기라는 것이 끌려서 읽게 되었다. 나는 자매가 없지만, 동성의 형제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유대감과 경쟁심은 많은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이  가의 여러 작품들이 괜찮은 반응을 얻길래, 나름대로 어떤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글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분명히 처음에는 귀여운 자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같은 외모와 걸걸한 성격, 그리고 뭐든 노력으로 해치우는 언니 주희와, 귀여운 외모와 성격, 그리고 '막내'의 표본을 보여주는 동생 주리의 이야기였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동생을 부러워 하는 언니와, 언니의 이런 마음도 모른채 언니를 동경하는 동생. 둘 사이에는 미묘한 경계와 위태로움, 그리고 그것을 웃도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각자에게 남자가 얽히고, 예기치 못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만화는 '자매이야기를 그리는 귀여운 만화'를 탈피하여 '소녀의 좌절과 성장에 대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두 남자 캐릭터는 제법 큰 비중을 갖는 주인공이지만, 왠지 약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처음에는 언니와 동생 각각에게 접근해 이야기에 얽혀들었는데, 어느새 모두 주희에게로 몰려버리게 되었다. '자매'를 이야기 하는 만화지만, 중반 부터는 주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예기치 못한 사실(이것이 좀 어이 없을 수 있다)에 의해 자매가 헤어지게 되고, 스토리 전체가 주희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 시점에서, 만화는 더이상 귀엽지 않아졌다. 광적으로 몰아간다고나 할까? 위태로운 분위기와 계속되는 긴장으로 점점 어둡고 무거워졌다. 이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김유나'라는 캐릭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어떤 특정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았나 싶다.(그녀가 하는 밴드 이름이 '열대우림'이라는 것만 봐도 명백하지 않은가!) 아마, 만화 전체를 통털어 가작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인 듯 싶다.

급작스런 스토리의 궤도 이탈적 행위에는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점점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캐릭터는 생동감이 있다. 해피엔딩이 될지, 파국으로 몰고 갈 지는 지켜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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