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디 DVD 1 - 땀과 비누와 디디의 이야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천계영을 90년대 말의 슈퍼작가라고 생각한다. 메가 히트라 추정되는 '언플러그드 보이'와 단편집 '컴백홈', 애니로 제작중인 오디션 까지. 내가 천계영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녀의 신간이라는 말에, 이 책은 서슴 없이 내 콜렉션에 추가했다.

작가가 유학까지 다녀온 다음 내놓은 작품이라, 그림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전보다 선이 좀 더 날카로워 졌다는 정도? 그렇지만 작가의 유학 공부가, 꼭 그림을 변화시켜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별 상관이 없었다.

만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래도 세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어떤'이야기인 듯 싶다. '어떤'이란 말을 쓰는 것은, 아직 이 이야기가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으로 내세운 세 사람인 비누, 땀, 디디는 아직 뚜렷히 손에 잡히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희소가치가 있는 얼굴을 지니고서도 언제나 츄리닝을 입고 다닌 다는 것과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다. 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실연을 당한 후 세상이 끝난 절망을 느낀 재수생이라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디디는? 디디 역시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비누의 '인생 한번 한심하게 살아보자'라는 유혹에 이끌려 타락한, 목사님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그가 DJ를 하면서 비누와 한 집에 산다는 것. 이것이 전부다. 아, 그리고 또 한 캐릭터. 땀을 차버린 전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직은 중요하지 않은 캐릭터로, 조만간 뭔가 사건을 벌일 조짐을 보일 뿐이다.

아직 독자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은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알 수 없는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점쳐볼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걸까? 오디션의 완결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에, 지금 조금 설레면서 다음권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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