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 문일출판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에게 반하여, 평소에는 손도 대지 않는 동화풍의 이야기를 읽었다. 무료한 일상 속에 어느날 뛰어 날아든 작은 새가 중심에 있는 이야기였는데, 이 작은 새라는 녀석은, 문조과에 속하는새로서 제법 귀여우면서도 엄청나게 건방지다.
쪼금만 덜 귀여웠더라면 한대쯤 콱 쥐어박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건방지다. 새 주제에, 굴껍질을 까부숴놓은 영양제는 거들떠도 안보고, 럼주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교회를 가고싶어하길래 이 작은 새를 교회로 데리고 가자, 새는 조용하다. 컨디션이 않좋은가 싶어 물어보지만, 교회이기 때문에 거룩해지고 그래서 조용해지는 거라고 대답한다. 이 부분은, 내 나름대로는 가장 귀여웠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내 부드럽고 포근한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지만, 가끔씩, 정말 가끔씩 고독한 기분이 느껴진다. 조금 고독하고 또 조금 쓸쓸해서, 부드럽고 온화한 일상이 사무치게 슬퍼지기도 한다. 나는 동화풍의 이야기를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은 좀 실망하기도 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과 <냉정과 열정사이 - 로소->를 기대하면서 읽으면 실망은 두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동화풍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적합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