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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양치기 산티아고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나서는 그 여정길을 나도 따라가 보았다. 아니, 따라갔다기 보다는, 그의 여정길을 저 멀리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은 얻은 것이다. 이 행운은, 정말로 행운이라는 표현 밖에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이토록 대단하고 아름다운 그의 여정을 지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양치기가 되어 세상을 떠도는 기쁨, 그 속에서 그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을 얻는다. 같은 꿈의 반복 속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보물'을 찾기 위해 피라미드를 향하게 되고, 그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자아를 찾는 과정이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길이 된다. 늙은 왕을 만나 피라미드로 떠날 수 있게 되고, 중간에 도둑을 만나 전재산을 털리지만, 그는 다시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며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대상의 무리에 끼어 사막을 횡단 할 때 만난 영국인 연금술사로 부터, 비로서 '연금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고, 오아시스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예견하여 그는 또 다시 큰 돈을 쥐게 된다.
하지만 그가 오아시스에서 얻은 것은 단지 많은 금화만이 아니다. 그는 그곳에서 그의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연금술사'를 만난다. 그는 비로소 자신의 자아로 가는 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단지 사막을 횡단하며 피라미드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하나로 이어나가는 언어를 알고, 그리하여 자아의 신화로 성큼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그는 사막과 바람과 그리고 태양과 이야기 하며, 자신이 바람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떠있는 바람이 되어, 그는 자신의 자아에 더 다가선다.
결국, 그의 모든 여정들은 오로지 한가지 목표 '자아의 신화'에 다가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 여정을 쫒는 길은 지극히 '신'과 대화하는 기분이다. 신과 대화하는 것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만물의 이치가 하나로 모여드는 그 어떤 정기, 혹은 원리에 다가서는 기분이다. 결국 이 소설은 '자아의 신화'라는 이름을 가진, '신'적 존재에 다가서는 이야기다. 고귀하고 거룩한 존재에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진실된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읽는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막에서 만난 그의 연인이다. 사막의 여자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이기에, 사막이 자신에게 사랑을 줄 것임을 알고 있었고 그 사랑이 다시 사막으로 떠나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도. 산티아고가 그녀에게 돌아가는 길에 축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