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 11
히라이 마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남의 돈을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비스 정신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내가 서빙하는 일을 고른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그때, 스스로에게 걸었던 주문이 바로 '참자, 카게츠를 장만하려면 어쩔 수 없어'였다. 카게츠, 이 책 붉은달의 주인공 이름이다. 일본 순정을 잘 안 읽기 때문에, 전부터 서점의 책꽂이에 꽂혀있는건 봐왔지만 굳이 읽으려 하지않았던 책이다. 그러다 얼마전 11권이 나왔다고 여기 저기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냥, 신간이 나왔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순식간에 패닉상태에 빠지더니 헤어나질 못한채 서점으로 뛰어가더란 이야기다. 대체 이게 뭐라고? 호기심에 책방에 가서 세권을 빌려읽었다. 그리고는, 결국 나도 거기에서 헤어나질 못하게 된 것이다.

때는 막부 시대의 일본, 반인반호의 대음양사 쯔지미카도 아리마사에게 어느날 들고양이 흰 마리가 찾아온다. 이름은 카게츠.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표범만한 고양이, 그것도 눈물이 루비로 변하는 붉은 눈의 고양이다. 그들은 과거에 인연이 있었고, 지금에 와서 다시 조우한 것이지만, 사실은 훨씬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뒤에서 밝혀질 일. 자기에게 흐르는 요괴의 피를 저주하는 아리마사에게 '요괴'카게츠는 '선생님의 아이를 낳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반인반호의 음양사와 '변신고양이'의 아이? 이것만으로도 뒷 일을 알 수 없어지는데 카게츠는 양성채. 즉 '미분화'상태이다. 카게츠를 장난으로만 넘기면서 '고양이'처럼 귀여워만 하는 아리마사이기에 카게츠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할 뿐. 그러나 어디 문제가 이 뿐이겠는가. 죽을뻔한, 그래서 죽게되는 숱한 고비와 각자가 품은 슬픈 추억이 있고,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도 있다. 팬들 사이에 매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식신시스터즈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지만, 나날이 예뻐지는 그림 역시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여느 순정만화처럼 옥신각신, 알콩달콩하면서 그 나름의 진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번외편도 즐겁고 사건을 오래 끌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아르바이트비를 받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이미 구입해 버렸지만 후회는 요만큼도 없다. 나날이 미모를 더해가는 고양이를 보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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