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강림 12
유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분류는 소년물로 되어있는데, 그림은 아무리 봐도 순정 같아서 '이게 뭔가'하는 호기심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풍기는 오오라가 나와는 연이 없어 보여 건드리지도 않고 있었는데 호기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동생 덕택에 독파해 버렸다. 동생은 마음에 드는지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먹는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지, 어느 날 부터 만화적 '상상력'과 '허구성' 그리고 '허풍'에 미묘한 차이를 두게 되었다. '상상력'은 만화에 필수적이다. 상상력이 결여된 만화는 일러스트도 되지 못한다. 일러스트에도 상상력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그냥 그림 연습에 그치게 된다. 허구성은, 만화에 따라 다르지만, 가끔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기 때문에 필요조건은 못돼도 충분 조건은 된다.

그런데, 허풍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허풍은, 상상력이나 허구성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볼수록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니, 어쩌면 똑같은 상상력이지만 고품질의 상상력은 상상력으로 남고, 하품질의 상상력은 허풍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선녀 강림은,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은 훌륭했지만, 그 후의 여러 가지는 왠지 뻔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허풍쟁이'는 아니다. 내가 '허풍'을 이야기 한 것은, 가끔 이 만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품이 언제나, 반드시 기발하고 신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럴 요소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의 권수가 두자리 숫자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매너리즘을 스스로 쳐 낼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선녀강림의 경우, 처음부터 108악연이라는 것을 정해두고 시작함으로서 '매너리즘'에 대한 독자의 반발을 막았다고도 생각되지만 나는 조금 그런 것을 느꼈다.(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내 성격이 별나서 일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의 아무도 이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12권에 들어선 지금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본래의 이야기에 접근하려는 듯 한데 왠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밥 먹고 하는 일이 만화책을 파는 것뿐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기발하기를 바라는 나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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