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10
편집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5년 전 쯤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클램프라는 색다른 일본 창작 집단에 매료되어 있었다. 만화를 그리는 전 과정을 분업화했다는 점이 대단히 색달랐고 또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동경대 출신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가진 리더를 비롯해서, 나날이 그림 실력이 충천해 가는 것 역시 나를 홀리는 그런 점이었다. 톤발이 날리는 화려한 그림이 탐미적인 나를 끌었다고나 할까..? 그때, 클램프의 팬이니까 읽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접했던 성전을 얼마전 다시 읽었다. 딱히, 뭔가를 새롭게 느끼기 위해 읽었다기 보다는, 클램프의 팬으로 몇 년을 살아온 친구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10권 전체가, 모두 다른 두께를 가진 만화를 읽어가며 이제와서 느낀 것은, 확실이 나아져 가는 그림이었다. 여전히 톤발의 끝을 보여주고, 복잡한 펜선의 황홀경과 그림이니까 가능한 꽃미남들이 쏟아져 나오는 만화. 관능적이기 까지 한 캐릭터의 모습은, 19금의 책을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조금은 설레였다고 해야 할까?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그림이지만, 실상 스토리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반란으로 왕이된 천제 제천석을 타도하기 위해, 멸망한 부족 아수라의 마지막 아이를 깨워 동행하는 야차왕. 아수라와 야차에게는 용족, 가루라족의 왕등이 합세하게 되고 결국에는 제천석과의 대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대충의 큰 흐름만 말하면 두어 줄에 모든 내용이 축약되지만, 만화를 읽는 동안에는 간단하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여기 저기에 그 속사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아직 보지 못한, 전개될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은 종종 추리라는 것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만화를 읽는 중에도 그 어줍잖은 추리가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속사정들이, 매니아들의 추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물론, 제천석이 말하는 단 한번뿐인 약속은 좀 의외였다는 것에서, 어김없이 예외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만화가 시작할 때에, 성견이라 불리는 예지자들에 의해 일종의 예언을 알려준다. 이 예언은 이 만화 전체의 스토리에 대한 플롯과도 같으며, 전체 인물의 역할이라든지 본질에 대해 파악하게 한다. 마치, 클램프의 또 다른 작품인 엑스가 표지 안쪽에 타로트 카드를 그림으로써 완결의 숫자를 나타내는 것과 조금 흡사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엑스에서의 타로트 카드가 만화의 외형에 해당한다면, 성전에서의 예언은 만화의 내형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일본이라는 왠지모를 느낌이 짙게 베어 나오는데다 기대만큼의 대단한 만족도를 얻기는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빼 놓지 않고 보아야 할 하나의 필수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클램프 팬은 물론이고, 클램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 후, 책에대한 감상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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