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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 1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가 하도 많이 호들갑을 떨길래, 한권 밖에 안나온거라 읽는데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는 사탕발림까지 하길래, 그래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 몇장 읽으면서는, 친구는 역시 잘 사귀어야 하는 거라고 혼자서 다짐을 했었다. 자신의 재미와 취미를 남에게 강압하는 이런 녀석들 따위의 손에서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성격이 뭣같은 황태자가 있고, 그에 못지 않는 황태자의 '약혼녀'가 있고, 그리고 뭔가 움직일 것 같은 또 다른 왕자가 있고. 이 정도의 아이템들을 갖춰 둔 상태에서 웬만큼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저 않고 외치게 된다. '왕위 쟁탈과 삼각관계!'맞는 말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약혼녀'는 왕위를 상징하게 되므로 두 왕자가 약혼녀와 왕위를 위해 피터지는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틀렸다. 앞으로 풀려 나갈 뒷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분위기만을 조금 풍길 뿐,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황태자와 그의 약혼녀는 견원 지간, 이전 투구의 수준에서 아직 결혼식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약혼녀와 또 다른 왕자는 제대로 이야기도 나눠 본 적이 없는 사람들. 두 왕자들 모두 황제의 자리에는 별 욕심도 보이지 않고 있고, 게다가 제법 사이도 좋아 보인다.(정확히는 사촌간) '그렇지만 분명 나중에는 공식대로 나가게 될거야'라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사실은 내 친구가 그렇다) 만화를 읽는 동안 쏟아지는 개그를 보노라면 '설마 그렇게 진지하게 나갈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식대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뭔가 우리를 좀 더 놀래켜 줄 것인지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궁'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재목으로 시작한 만큼 이 책을 사랑하는 내 친구와, 그리고 조금은 기대하게 된 나를 끝까지 기쁘게 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