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란 문구로 시작하는 '서시'는 학생 시절 필수로 외웠던 시 중 하나였어요.
학생 시절, 꽤 시집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유명한 시집을 사서 모았는데,
윤동주의 시집은 그 중 가장 많이 읽은 책이었죠.
그렇기에 이번에 초판본 육필원고 표지디자인으로
새롭게 출간된 윤동주의 시집을 접했을 때,
그 때의 책과 다를 바 없을 거라 확신하며 책을 열었어요.
첫인상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읽었던 과거의 책보다 이번에 나온 책이 훨씬 더 분량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읽어보지 못했던 시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편집이었는데요.
한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여운이 느껴질 정도의 간격으로 배치된 문단과 자간.

그리고 정지용의 서문을 읽고 난 후,
이어져 회색 종이에 써져있는 '서시'까지
편집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처럼 신경 쓴 편집 때문에...
상당히 잘 읽히고,
여백까지 느낄 수 있어서 시를 읽는 쾌감을 느끼게 해줘요.
이로 인해서,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는데...
윤동주의 많은 시를 독립운동 관점에서 읽도록 강요받았던 학생시절과 달리,
순수하게 시를 읽고 사색하게 돼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저는 이 점을 꼽고 싶더라고요.
윤동주의 시는 당시 일제에 항거하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어 의의가 있기도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단순히 '시'라는 형태의 작품으로써만 봐도 충분히 아름다운 글들이에요.
편안하게 여백을 느끼며 윤동주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살면서 놓치고 있던 감정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죠.
현대인들이 윤동주의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사실, 독립운동의 관점에서만 시를 읽는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윤동주의 시집을 읽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단순히 시대상을 논하는 가치를 넘어...
인간으로써 기억해야 할 인생의 가치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따뜻한 위로를 전해요.
'서시는'한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인데요.
그럼에도 읽을 때면, 언제나 가슴에 강렬한 여운과 감동을 전해주잖아요.
학생 시절 독립운동가의 시로만 이 글을 기억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다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분명, 예전과 다른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