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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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고 했던가. 주인공 '나인'은 열일곱 평생을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부터 나인에게 어떤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나인의 손가락 끝에는 새싹이 자랐다. 그리고 나인이 환영인 줄로만 알았던 소년, 누브족 '승택'이 다가와 말했다. "네가 듣고 있는 이상한 소리, 그거 식물이 대화하는 소리야. 그게 들리는 건 너도 식물이라서야." 그렇게 지구인 유나인의 세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나인에게 승택은 누브족이 지닌 '상생'의 능력을 알려준다.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오른 선연산에서 나인은 '금옥'의 영혼이 스며든 나무의 말을 듣게 되고, 금옥을 통해 나인은 2년 전, 2020년 7월 9일에 일어난 '박원우 실종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나인은 이 일을 계기로 미래, 현재, 승택과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잘못된 일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책은 '박원우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한 추리소설임과 동시에 나인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성장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인물들 개개인이 지닌 다양한 성장기, 그리고 실종 사건의 해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끝내 이 책을 덮을 때면, 그들과 같이 나 또한 함께 성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부패한 사회와 이익을 좇는 사람들, 그와 반대되는 아이들이 가진 순수하고 강력한 힘. 상반되는 두 흐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우리 스스로가 어디에 속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금옥아,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전국 각지에서 첫눈이 관측되고 있는 2021년 11월의 어느 날에, 나는 세상의 모든 기적의 씨앗들에게 2022년의, 그 여느 여름보다 푸르른 여름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 여름을 통해 '인간만이 타고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인간이 아니라면 그것대로 자신만의 힘을 발휘하기를. 자신의 환경이 죽은 땅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눈을 뜨기를. 그렇게 씨앗이 새싹이 되고, 나인이 되고, 기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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