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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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노인이 17살 여고생을 사랑한다. 언뜻 패륜적이다라고 칭할 만한 사랑이지만, 늙은 괴테가 어린 울리케를 사랑했던 것처럼 굉장히 서정적인 사랑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플라톤이 말했던 정신적인 사랑, 플라토닉 러브 같은. 물론 이 소설에서는 육체적인 욕망 또한 좌시하지 않는다(그렇다고 하여도 시인인 주인공의 경우, 손등을 보고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굉장히 감정적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러나 굉장히 은유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서인지 대부분 야하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육체적인 접촉조차 정신적인 사랑의 행위로 여겨지는 듯하다. 사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러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70세 시인 이적요, 17살 여고생 한은교, 그리고 38살 소설가(‘진짜 소설가’인지 아닌지는, 이 책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서지우의 일종의 삼각 관계 이야기다. 하지만 보통의 드라마에 나오는 것과 달리 은밀하고 고요하며 동시에 아주 격정적이다. 특히 초반에 알려지는 살인 이야기는 독자를 단박에 확 휘어잡고, 후반의 반전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마지막에는 스스로 감동적이다라는 생각이 듦과 함께 만족스럽게 책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요 근래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대단한 작품이었다. 끝에 작가의 말에서 ‘내가 미쳤다. 이 소설을 불과 한 달 반 만에 썼다. 폭풍 같은 질주였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말이 작가의 심정을 대표함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은교는 작가 박범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wacho)에 ‘살인 당나귀’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네이버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 모르셨던 분, 그리고 알더라도 아직 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 당장 자신의 블로그에 이웃 추가를 해도 손해보는 점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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