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리커버)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는 정치와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포용적인 정치체제가 포용적인 정치과정을 가능하게 하고, 포용적인 정치과정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포용적인 경제체제가 구축되면서 정치와 경제는 서로 선순환의 관계 속에서 지속하여 성장할 수 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두 명의 경제학자와 정치학자가 함께 내놓은 결론이다.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서 경제 성장에 집중하자는 정치가들의 수사는 허구에 가깝다. 이 둘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을 읽을 무렵 한국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행정부-입법부-사법부 사이의 숨막히는 정치권력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외경제는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 미국에 있는 입장에서 가장 피부로 와닿는 부분은 아무래도 환율일 것이다. 11월 말에 1,300원 후반을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 말에 1,459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불안정한 정치가 불안정한 경제를 야기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700쪽이 넘는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포용적인 정치가 포용적인 경제체제를 가능하게 하고 이 선순환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포용적인 정치가 어느 나라는 가능하며 어느 나라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물론 저자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중앙집권화되지 않은 권력은 착취적인 정치체제 강화의 유혹에 무릎을 꿇기 마련이며 당장의 부와 권력을 놓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법이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포용적인 정치와 경제가 가능했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구분했던 요인 중 하나로 역사의 우발성을 언급한다. 역사의 우발성을 인정한다는 점은 역사를 하나의 만능 이론으로 환원시키지 않는 견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허무주의로 귀결될 오류도 내포하고 있다.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 알맞은 토양과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임계점을 넘을 수 있는지가 우발적이라면, 영화 <오아시스>처럼 차라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며 현실을 포기해 버릴 수도 있을 법하다. 이래저래 책을 읽은 뒤 개운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