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선집 1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사 / 199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그'가 내게 묻는다

그러나 조금은 상투적인 표현의 물음이었기에 나는 침묵하기로 한다

'그'가 이번에는 조금 더 격양된 표현으로 다시 내게 묻는다

"지금부터 이십 년이나 삼십 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나는 이번엔 갸웃한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하고 되묻지 못하고 나는 빈둥거리다 '그'를 몇 달만에 스쳐지나간다

…내 나이 열 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다시 '그'를 찾아다닌다

'그'가 쓰고 엮고 펴낸 글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며

내가 그때 '그'를, '그'의 물음을 되묻지 못한 것에 크게 후회한다

그러면서 혼자 한다는 말이,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라니

···

"오늘 저는《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 先生을 아주 가까이에서 만나 뵈었습니다

先生은 저에게, 우리에게 편치 않은 몸을 애써 추스리며 긴 얘기를 해주셨지요

그러나 先生, 너무 늦게 나타나셨습니다, 너무 많이 늙으셨습니다"



2002. 6. 6. 카오스.에이.디.



note. cafe <목요 북까페>에 새긴 [시대와 비평(1):《녹색평론》김종철 발행인과의 대화] 後記



<웹습작실 "단상斷想, image, 어느 날의 나"> 구경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