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언어의 탄생 - 영어의 역사, 그리고 세상 모든 언어에 관하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 유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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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라는 언어의 역사와 영어를 비롯한 전 세계의 언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교양서적이다. 영어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해 왔는지부터 시작해서 단어의 유래, 발음의 변천사, 철자법의 변화까지 영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는 다양한 세부 분야의 역사를 총망라하여 다룬다. 영어의 역사를 탐험하는 재미와 언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재미까지 둘 다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한 영어의 모습부터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 앞으로도 발전해나갈 영어의 미래까지 영어와 언어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언어는 전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한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세대에 걸쳐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극소수의 인원들만이 사용하는 언어는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뜬다면 그 언어도 즉시 사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더 이상 언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일랜드의 게일어는 대표적으로 곧 사어가 될 언어다. 1983년에 이미 이 언어를 보존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정부 기관에서 다음 세대까지 이 언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을 정도니 안타깝지만 현실이 될 것 같다. 역설적이지만 아일랜드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의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이 아일랜드어로 문학 작품을 작성했다면 그들의 작품이 지금처럼 널리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축복이지만 아일랜드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언어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와 언어의 이기적인 특성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지고 널리 쓰인 영어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영어의 구조를 자유롭게 변화하면서 본인이 표현하고픈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바로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는 that bastardly rogue(그 사생아 같은 악당 놈)와 같이 부사를 형용사로 쓰기도 했고 breathing one's last(그의 최후를 숨 쉬다 → 숨을 거두다)와 같은 문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언어를 정말로 잘 가지고 놀았던 셰익스피어는 그의 창조적인 표현에 감성까지 더해서 지금도 회자되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in my mind's eye(마음의 눈 속에 → 기억으로)와 같은 표현이 참 인상 깊었다. Cold comfort(차가운 위로 → 달갑지 않은 위로)라는 표현은 언뜻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데 위로하는 마음을 따뜻하게 여기고 그와 반대되는 차가운 의미를 앞에 붙여서 좋지 않은 위로라는 의미를 표현했기에 감성적이면서 재치 있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와 같이 영어는 사람의 심리와 감성을 아름답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사용하는 데 있어서 큰 단점들도 존재한다. 바로 발음과 철자다. 같은 알파벳이어도 어느 단어에 있는 알파벳이냐에 따라 발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심지어 같은 단어라도 앞뒤로 어떤 단어들이 붙느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철자가 같아도 발음이 전혀 다르니 쉽게 발음하기 어렵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 발음인데도 철자가 매번 다르니 정확한 철자를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영어처럼 철자는 같은데 발음이 전혀 딴판인 언어는 거의 없다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니 왜 영어가 그토록 어렵게 느껴졌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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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에는 장단점이 있고 영어도 마찬가지다. 시제와 격의 변화가 다른 언어에 비해 적고 문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표현을 창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은 영어의 장점이다. 하지만 철자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아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조차 어려워하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이로 인해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그러나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영어를 익혀야 할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는 것이 언어이기에 영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언어다. 이러한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이 책을 통해 영어의 역사에 대해 먼저 알아본다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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