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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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며 바쁘게 살아간다. 나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바쁘게 살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남들만큼 바쁘게는 살았던 것 같다.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도 이러한 삶은 바뀌지 않았다. 바쁜 삶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한적한 시골에서 집 짓고 행복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아내가 결혼하기 전 가족들과 주택에 살면서 꽃과 나무를 키우고 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더욱 이러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을 하다가 힘들 때면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지'와 같이 말하곤 하는데 과연 진짜로 바쁘게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건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일을 안 하면 먹고 살 수 없나?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아내와 함께 어떤 삶을 살아간다면 진정으로 행복할까? 밤하늘의 별을 보며 혼자 터덜터덜 퇴근하는 길에 수많은 별들만큼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이 책은 서울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실개천이 흐르고 나무가 무성한 미국의 어느 시골에 정착하여 원하는 만큼만 일하며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살 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수익을 얻기 위해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세상의 속도에 맞추기 버겁다고 느꼈고 명확한 계획도 준비도 없이 가족 모두가 가진 것을 내려놓은 채 미국의 한적한 시골로 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그것을 실험하듯 숲속의 오래된 집에 살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책에는 자본주의의 지배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도 새로운 삶의 지혜를 얻으며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통 은퇴 후 은퇴자금을 확보한 채 시골에서 살지 않는 이상 귀농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은퇴 후에 시골로 간 것이 아니기에 자녀들이 있으므로 양육을 위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주로 농사를 지으며 수확물을 팔아서 수익을 얻고 남은 수확물은 가족의 식량으로 쓰기도 한다. 저자도 처음에는 농사를 짓고자 했으나 많은 장벽들이 있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서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료를 안 쓰면 농작물의 상태가 좋지 않고 농약을 안 쓰면 야생동물들이 모조리 먹었다. 처음에는 야생동물들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으나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생각 자체를 바꾸기로 결심하다. 저자는 야생에서 자라는 블랙베리를 채집하고 야생동물이 건드리지 않는 깻잎, 허브류, 호박류, 방울토마토 등을 텃밭에 심어서 먹음으로써 야생동물과 공생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지키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이 참 멋있었다. 난관에 봉착하면 가치관이 흔들릴 수 있는데 기존의 생각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글을 쓰면서 소소한 수입을 얻지만 이전에 비해 소득이 훨씬 줄어들었기에 지금까지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버려야 했다. 처음에는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막상 버리고 나니 그 공백이 다른 소중한 것들로 채워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커피와 술을 즐겨 마신 저자와 남편은 처음 커피와 술을 끊었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커피와 술 없이도 자연스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카페인과 알코올이 뇌를 지배하지 않으면서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사색을 즐기고 독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는 가정집에서 인터넷까지 끊는 것은 단순히 용기로만 될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메일로 업무 처리를 해야 되기에 필수라고 생각했을 텐데 저자는 과감히 도전했다. 보내야 하는 메일들은 매주 도서관에 갔을 때 한 번에 처리하고 도서관에서 업무를 본 다음 집으로 오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비싼 인터넷 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인터넷으로 시간을 때우는 일이 없어지면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버릴수록 풍성해진다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저자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니 생생하게 다가오면서 이해가 되었고 부럽기도 했다. 



저자의 삶이 부러웠다. 단순히 시골 숲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서 부러운 것이 아니다. 자연의 좋은 것들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행복을 누리지만 문명의 이기와 같은 다른 즐거운 재미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마냥 부럽다고 표현할 수도 없다. 정말 부러운 것은 가진 것을 포기하고 지닌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다. 나는 저자처럼 내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없을 것 같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서 자꾸만 손에 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쥐려고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여유로운 삶은 부러워하고 있으니 참으로 모순적이다. 당장은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포기하고 버리는 것의 큰 가치를 깨달았기에 점점 생각을 바꾸어 나가고 싶다. 손에 꽉 쥔 힘을 풀고 가진 것을 내려놓은 다음 빈 공간에 다른 소중한 가치들로 채워나간다면 아내와 함께 여유롭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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