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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도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댄 윌리엄스 그림, 명혜권 옮김 / 스푼북 / 2021년 4월
평점 :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장편 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와 두 번째 장편 소설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은 지 벌써 14년이나 흘렀다. 당시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밤새 책을 읽으면서 벅차오르는 마음에 가족들 몰래 울었었다. 사실 지금은 정확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 당시 전쟁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나도 슬펐던 기억은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14년이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들이 탄 배가 전복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차갑게 굳은 채 해변으로 밀려온 세 살배기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쟁을 치르고 있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 나온 수많은 난민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청소년기에 마주했던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안타깝고 슬펐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참이 흐른 지금 마주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서글프다 못해 가슴 저리게 한다. 아직도 이렇게 고통 속에 산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욱 서글펐다.
이 책은 한 아버지가 잠든 아들을 품에 안고 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아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가족이 살던 곳에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다 같이 도망쳐 나왔다. 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들을 달래주며 한편으로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저자는 앞에서 언급한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기억하며 이 책을 썼다. 저자 또한 난민 생활을 했었기에 그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러한 마음을 담아서 한 편의 동화를 썼다. 이 책은 쿠르디를 비롯한 모든 난민들을 위한 책이다.
과거 아내, 아들과 함께 거닐던 푸른 들판의 기억은 지금도 찬란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남아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때 거닐었던 곳이라 아들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슬프고 그 기억마저 아들에게는 남아있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아버지는 더욱 서글퍼진다. 아들은 과연 나중에 어떤 기억들을 지니고 있을까? 부모와 함께 행복했던 단 한순간이라도 내 아들이 기억해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버지는 그렇게 흩어지는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붙잡고자 헛된 손질만 할 뿐이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행복만 안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비정하게도 무참히 짓밟혀버린다. 내 나라 나의 마을이 내 의지에 반하여 사라지는 이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라면 자책이라도 하겠지만 이 상황은 자책조차 못하게 하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누굴 탓하지도 못하고 누굴 탓할 여유마저 사라진 채 살기 위해, 가족을 살리기 위해 그들은 도망친다.
해가 뜨길 기다리면서도 해가 뜨는 걸 두려워하는 심정을 우리는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해가 떠야만 이곳을 탈출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해가 뜨면 또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되는 그 사실이 모두를 괴롭게 하는 이 현실을 겪어보지 않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으리. 그럼에도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나아가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아내가 곁에 있고 아들이 품 속에 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는 어딘가로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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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동화 속의 가족들은 살아남았을까? 나도 모르고 작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결국 비극적인 현실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지금도 누군가는 폭탄에 의해 죽고 총탄에 맞아 죽고 도망치다가 바닷속에 빠져 죽는다. 끝이 없는 분쟁은 도대체 누굴 위한 싸움인가. 이제는 서로를 위해, 모두를 위해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땅에 부디 잠시나마 평화가 내려 오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의 욕망과 폭력과 박해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이 제발 없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