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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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있어서 민주주의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과도 같았다. 몇 백년의 왕조 시대를 거쳐온 국민들에게 서구에서 넘어온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낯설었지만 좋아 보였다. 모든 게 좋은 줄로만 알았지만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이 아닌 선물 받은 것에 대한 대가는 매우 컸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치안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힘은 날로 강해졌고 국가의 힘을 효율적으로 강화하는데 있어서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방해가 될 뿐이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단 수장의 의견 그대로 즉각 반영하여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시민들이 주축을 이루는 민주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쟁취하고자 일어났고 정부와 맞서 싸웠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10월 27일, 국민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게 된다. 선물로 주어진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된 것이다.

2019년에 대한민국의 1980년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국가가 있다. 바로 홍콩이다. 정확히 말하면 홍콩은 도시국가이며 중국의 홍콩특별행정구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행정·입법 및 사법권을 향유하고 있다. 이 책은 홍콩이라는 국가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시작해서 홍콩과 중국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혁명과 시위의 역사를 지속해왔지만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다시금 억압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왜 홍콩 사람들은 그토록 2019년도에 범죄인 인도법과 국가보안법에 반대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홍콩은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청나라에게 승리한 다음 맺은 불평등 조약인 난징조약을 통해 영국으로 할양된다. 홍콩을 잘 몰랐던 나로서는 홍콩하면 홍콩섬만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홍콩의 지역은 홍콩섬뿐만 아니라 카오룽 반도와 신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영국의 지배를 받게된 홍콩은 중국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자유로운 경제 도시 국가로 성장한다. 처음에 홍콩 시민들은 영국에 불만이 많았다. 중국인이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있어 영국의 지배는 식민지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쫓겨나서 홍콩으로 넘어오는 이민자가 급증하고 영국이 선물해준 민주주의에 적응해나가는 동시에 중국의 문화 혁명과 천안문 사태를 지켜보면서 홍콩 시민들의 의식은 점차 변화하게된다.

그러나 홍콩은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99년간 조차하기로 했었다. 99년의 기간이 끝나는 해인 1997년, 중국은 영국의 조차 기간 연장 협상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7월 1일부로 홍콩의 주권을 가져온다.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제도를 중국에 맞게 개정하고 민주주의를 사회주의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홍콩은 이에 반발하여 시위하고 혁명을 일으키지만 번번히 막히게 된다. 이러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2019년 송환법 시위까지 이어진다.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납치와 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송환법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시위에 참여하는 홍콩 시민이 울면서 그들의 입장을 말하는 대목에서 울컥했다. 그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대로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남은 것만이라도 빼앗가지말라는 마지막 절규인데 중국은 홍콩 시민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의 1980년대가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 인간으로서 반드시 가져야할 자유와 민주주의만큼은 어떻게든 지키고픈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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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나서도 홍콩 시위대와 저자의 대화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국 사람들은 계속 졌지만 끝까지 싸워서 이겼으니 우리도 계속 싸워야하냐고 묻는 홍콩 시위대의 심정과 경찰이 보이면 도망치라고 말하는 저자의 심정은 참으로 참담하지 않았을까. 지금 져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언젠가 이기는 날이 올 수 있기에 지금은 죽지 말고 도망치라는 말은 너무나도 처절하고 서글프다. 우리도 겪었던 슬픔이기에 더욱 공감되고 안타까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고 중국의 억압은 더욱 거세질 것이나 저자의 말처럼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고 그 끝에는 홍콩 시민 모두가 바라는 민주화의 꽃이 피어나리라 믿는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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