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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평점 :
나에게 있어서 냄새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인 것 같다. 물론 좋은 냄새도 있지만 그것은 향기라고 부른다. 냄새라는 단어는 보통 좋지 않은 나쁜 냄새를 칭할 때 써서 나는 냄새라는 단어에 안 좋은 감정만 남아있다. 그리고 냄새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모든 소리를 듣는 귀, 사물을 만지면 느낄 수 있는 손,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입. 오감을 얘기할 때 나의 생각은 여기까지 미쳤고 코는 항상 뒷전이었다.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부차적인 거라 생각했다. 굳이 냄새라는 존재가 필요한가? 이렇게까지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정말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냄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한 존재였다.
이 책은 냄새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냄새와 관련된 인간의 심리와 감정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였다. 사물에서 나는 냄새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었으며 사람의 냄새가 상호 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냄새에 대한 심리는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만 나뉠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사람이 달콤한 향기와 불쾌한 악취만 맡는 게 아니라 사랑, 공포 같은 감정도 감지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내뿜는 사랑 또는 두려움의 냄새를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믿기 힘든 말이지만 저자는 수십 년의 연구 끝에 근거와 함께 설명해 준다.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왜 우리는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것일까?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설명한다. 첫 번째로 지금까지의 역사는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 특히 철학 분야에서 그랬다. 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있었지만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두 번째로 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매우 까다롭다. 냄새의 분자를 분리하여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존재조차 몰랐고 연구를 하지 못한 건 당연하다.
냄새에 대한 연구는 다른 감각들에 비해 상당히 늦게 시작되어서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냄새에 대해 잘 모른다. 나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면 냄새의 중요성을 알게 된 현시점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무엇일까? 나는 냄새는 정서를 끊임없이 유발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냄새에 대해서 잘 몰라도 냄새가 정서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고 나쁜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나빠지니 이것이 정서 유발이 아니냐? 맞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서를 '끊임없이' 유발한다는 것이다. 냄새는 호흡할 때마다 공기와 함께 코로 들어온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숨을 쉬어야 하고 무조건 냄새를 맡아야 한다. 코를 막고 입으로 호흡해도 소용이 없다. 냄새는 입으로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겨운 냄새가 날 때 아무리 코를 막고 입으로 호흡해도 약간의 역겨움이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냄새는 정서를 끊임없이 유발한다. 감각 중에서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후각이다.
냄새를 맡고 감정을 느끼고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본능이다. 그렇기에 앞에서 얘기한 사랑, 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좋거나 나쁜 냄새는 의식적으로 맡을 수 있지만 감정의 냄새는 의식적으로 맡을 수 없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화학적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는 거다. 이렇게 느낀 감정은 뇌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냄새가 사람의 감성과 이성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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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우리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나의 감정이 냄새에 의해 흔들리고 나의 판단에 냄새는 큰 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평소에는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므로 그 영향력을 감지하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냄새의 심리학에 대해 더욱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 마음과 내 생각이 왜 이런지 이유도 모른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니까. 후각의 중요성과 함께 나의 심리에 대해서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