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더인가 - 반세기 경영 끝에 깨달은 마음의 법칙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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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께서 사주신 '해리포터' 시리즈 10권을 방 안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었다. 소설 해리포터는 나의 상상력을 어마어마하게 키워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영화처럼 장면들이 그려졌고 즐겁게 감상하듯이 책을 읽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도 규모가 작아 실망했었다.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 있던 '아버지'라는 소설도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 '정수'에 감정이입하여 펑펑 울었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남극 항해에 실패한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의 이야기를 담은 '인듀어런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하들을 이끌고 본인을 희생하며 목표를 향하는 섀클턴의 리더십에 큰 감명을 받았었다. 탐험은 실패했음에도 대원 모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섀클턴의 희생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장 성공한 실패기라는 평을 받았다. 생뚱맞게 인상 깊게 읽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오늘 실로 오랜만에 책 한 권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이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 한마디마다 가슴 깊숙이 파고 들어왔고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안일했던 마음가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정신없이 밑줄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저자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첨단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교세라 창업자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CEO 중 한 사람인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이다.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리더가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이 책은 저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전부 담은 궁극의 책으로 평가받는다. 책 소개를 읽을 때만 해도 다른 경영 서적과 차이점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읽고 나니 그러한 의문은 싹 사라졌다. 경영의 기술이 아닌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내용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핵심이자 전부였다. 


저자는 리더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인격, 인간성이라고도 한다. 경영자와 같은 리더의 마음가짐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솔직히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뻔한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다. 리더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하는 마음가짐은 내가 생각했던 단순한 올바른 마음이 아니었다.

저자는 모름지기 리더라면 아름답고 순수한 '이타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며 타인과 세상을 행복하게 하려는 이타의 마음을 지닐 때 비로소 모든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기우는 것이다. 마음에 무엇을 그리냐에 따라 그 사람이 걸어갈 인생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마음의 방향성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인 이타의 마음을 간직한 채 일을 한다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타의 마음을 간직하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이익과 성공 여부를 기준으로 두고 판단했다면 이타의 마음을 간직하고 나서 일을 할 때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지 먼저 생각한다. 선한 동기라는 확신이 들 때 사업을 시작했고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몇십 년에 걸쳐 경험하고 연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우리들에게 말한다. 저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임했을 때 잘 풀리지 않던 일들이 이타의 마음을 지닌 채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온 경험을 수차례 하였다. 경영이 악화된 제조 업체를 인수합병했을 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반대 세력에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이타의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모든 직원들을 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옳은 일을 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결과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고 그룹 전체를 성장시켰다. 이렇듯 이타의 마음을 지닌 채 경영했을 때의 좋은 결과를 수차례 증명해 보인다. 뜬구름 같던 말이 눈앞에 실현되니 신뢰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저자의 말에 신뢰가 가기 시작하면서 그의 모든 말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의 가치를 폄하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타인을 위해 배려한 적은 없고 오로지 나의 이익만 추구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교만하고 오만방자했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가슴속 깊이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신호 같았다. 이제는 생각과 마음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경고와도 같은 신호.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이 신호마저 무시한다면 나의 삶은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삶을 바꾸고자 한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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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서평에서 내가 말했었던 두 문장이 지금 생각났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이 내 삶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못했다면 그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이 저 두 문장을 곱씹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책에서 말한 대로 '이타의 마음'을 가슴속에 새기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마음인 이타심을 가슴속에 새기는 것이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첫 발걸음이라 믿는다. 이 말은 반드시 지키자. 이 책을 읽었음에도 내 삶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못했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서글픈 일일 테니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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