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앤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 있어서 예술이란 무엇인지 나에게 물었다. 상류층들이 즐기는 값비싼 사치라 치부하며 거리를 두려하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예술이라 불리는 것과 접하기만 하고 제대로 음미하지도 않은채 예술을 아는척하지는 않았던가? 아는 척, 고상한 척, 잘난 척하기 바빴으니 애초에 음미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예술과의 심적 거리는 멀게 두고 있었으나 정작 예술이 사회적으로 대우 받는 그 위상은 좋아했던 것이다. 예술의 가치를 마치 나의 가치인마냥 동일시하여 나를 높혀보이고 싶은 욕구가 분명 있었으리라.

이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잘못된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모르겠다. 예술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어떠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예술에게도 나에게도 결코 좋지 않지만 아직은 내가 너무나도 미숙하다. 그런 나에게 한 권의 책이 왔다. 어리석은 나를 다독여주며 미숙한 나를 이끌어줄 수 있는 책. 어쩌면 나에겐 이러한 따스함 하나가 필요했던게 아니었을까.

이 책은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길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일기, 편지 형태의 수필이 주를 이루고 있고 간간이 저자의 시가 담겨져 있다.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단상부터 예술을 향유하는 저자만의 방법, 문학, 의학, 종교,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하나의 산문집 안에서 어우러져있다.

저자는 첫 번째 이야기로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곱씹어보며 생각한 내용들을 보여준다.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감정들, 가졌던 생각들을 담백하게 들려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저자의 여러 생각들을 담고 있다. 여러 장르의 예술에 심취하고 온전히 즐기는 저자만의 방법들이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는 문학, 의학, 종교, 여행과 관련된 저자의 단상들이 주를 이룬다. 다섯번째 이야기에서 저자는 예술이 직면한 위기를 조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저자만의 의견을 들려준다.

한국에서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와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힘들 때마다 한국을 그리워했다. 아는 사람은 없고 언어도 불편한 타지에서 힘든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지칠때마다 한국을 찾았고 한글로 된 시를 갈망했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 마음이 담긴 시는 더욱 빛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지에 있으면서 고국의 언어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졌고 저자는 이로 인해 진정한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저자는 본인의 시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둔 정물이 아닌 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하나가 되는 하나의 숨과 같은 시가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이렇게 멋있는 시인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시는 저자 본인을 높이기 위한 예술이 아닌 것이다. 읽는 독자에게 온전히 스며드는 예술이기를 원한 것이다.

시의 가치는 본인이 아닌 독자와 함께 했을 때 빛난다고 생각하는 그의 생각을 읽고나니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자는 본인의 문학, 예술을 타인과 나누고자 했지만 나는 타인의 예술을 내 지식의 일부로 여기고 나를 높이는데 사용했었다.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를 알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예술을 어떠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즐기며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시를 음미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나에게 있어서 신선했다. 그가 느끼는 좋은 시는 신선하고 새로운 은유의 전개나 표현이 담긴 시라고 한다. 시인일수록 운율이나 함축적인 경구, 인생관의 표출을 더 중요시 여길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시를 관념을 표출하는 도구로 여기진 않았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뿐만 아니라 문학, 의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읽으면서 감탄도 하고 저자와는 다른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부끄러워만 한다면 그 모습이 정말로 부끄러운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도 내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좌절하지 않는다. 예술을 제대로 바라보고 온전히 즐기기 위해 오늘부터 하나씩 바꿔보려한다. 예술을 더 이상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눈 앞의 예술을 그냥 한 입 먹어볼 것이다. 꿀꺽 삼키면 온전히 나에게로 와서 내가 되리라. 그렇게 믿어보며 한 입, 두 입 예술을 맛 보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