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는 원래 수영을 잘하는 친구다. 대회 기록도 계속 좋았고, 스스로도 수영에 자신이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초희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계속 초희에게 지고, 원래 본인 자리인 4번 레인에서도 밀려난다. 1등에서 2등이 된 것 가지고 참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루 입장에서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계속 선두를 달리던 친구이니만큼 한 번 밀려났을 때의 충격에 더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나 또한 내가 필사적인 노력을 들여서 해낸 일을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 처음에야 그냥 조금 부러운 정도로 끝나지만, 그것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나중엔 나보다 나은 점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나루도 초희의 긴 팔을 부러워하고, 나중에는 초희의 수영복까지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사고를 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루에게 몰입했다면 어쩌다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루는 완벽하게 착한 캐릭터는 아니다. 질투하고, 실수하고, 잘못을 숨기고 싶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한다. 나는 그 부분이 꽤 인상 깊었다. 잘못을 안 하는 것이 물론 제일 좋지만, 이미 잘못한 뒤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지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코치의 말도 기억에 남았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한 만큼 그 결과를 본인의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힘으로 이긴다면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다는 뜻이고, 진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개선할 줄 알아야 한다. 오답노트를 쓰는 이유와 똑같은 것이다. 이번 시험의 결과만 봤다고 끝이 아니라, 이번의 결과에서 배운 것으로 다음 시험 또한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루 외의 다른 친구들도 좋았다. 태양이는 늦게라도 수영을 제대로 해 보고 싶어서 수영부에 들어온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면 포기하는 게 보통이지만, 태양이는 일단 들이받아 본다. 반대로, 나루의 언니인 버들이는 오랫동안 하던 수영을 그만두고 다이빙을 선택한다. 오래 한 수영을 포기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지만, 버들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안 되는 걸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전력을 다해서 해봤는데도 자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후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용기다. 이렇게 대조되는 캐릭터 묘사에서, 어느 방식을 옳다고 정해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용기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긍정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5번 레인은 나루에게는 4번 레인에서 밀려난 본인의 자리였다. 4번은 1등의 자리고, 5번은 그 다음 자리이니 나루에게는 별로 서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루는 5번 레인에 서면서부터 자신이 수영을 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생각하게 된다. 초희를 이기는 것만 생각하던 데서 조금씩 벗어나서, 자기가 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루가 경쟁을 포기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등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승리를 원하고, 호승심도 그대로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의 나루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초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지만, 결말부에는 단지 자기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목적만을 추구하게 하지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과정 또한 중요시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4번 레인에 설 수는 없다. 사실 대다수는 4번 레인은커녕 5번 레인에도 서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잊지 않는 것이다. 나루가 수영을 좋아하던 마음을 다시 떠올린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던 일에 어느샌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