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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복제된 학교를 탈출하시오 ㅣ 하늘과 땅의 방정식
도미야스 요코 지음, 김소희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평점 :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어릴 때와는 다르게 정말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평소에도 불안불안한 모습이에요. 그 모습이 마음에 계속 걸려서 걱정이 많았어요. 집 안에 있는데도 어디 모르는 곳에 던져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이 책의 주인공 아레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여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어요. 아레이는 등교할 때 꼭 오른발부터 내딛어야 하고, 걸음 수를 세며 자신만의 규칙과 루틴이 깨지면 크게 불안해하는 아이예요. 그런 아이가 갑작스러운 이사와 전학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결국 복제된 학교라는 낯설고 공포스러운 공간에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 변화를 거부하며 안전한 곳에만 머물고 싶어 하던 아이가,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껍질을 깨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처음엔 단순한 판타지 모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사춘기 아이들의 불안하고 복잡한 심리를 그림자계라는 공간으로 정말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리도 냄새도 감정도 없는, 생기가 사라진 복제된 세계는 사춘기 아이들의 내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메시지는 “단점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아레이의 지나칠 만큼의 기억력,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집요함, 그리고 Q의 수학에 대한 집착 같은 모습들이 현실에서는 유난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그림자계에서는 친구들을 구하는 결정적인 힘으로 발휘돼요. 아이가 가진 예민함이나 남들과 다른 점을 숨겨야 할 결점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관점이 들어있었어요.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참 좋아하더라고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인 저에게도 아이의 불안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 더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