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24일 출판사 메이데이가 펴낸 '하늘을 덮다'의 북콘서트가 성미산 마을의 어느 카페에서 열렸다. 피해생존자 당신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지지모임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2008년12월 민노총 이석행 위원장 수배과정에서 민노총 간부가 조합원 교사를 성폭행했던 사건으로 그간의 진실을 담은 책이다. 조직보위의 논리를 앞세워 성폭행의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를 미봉하려 한 2차가해그룹들의 어긋난 행태가 어쩌면 중심 줄거리이다.
나는 궁금하다. 법원의 판결 너머, 드러난 성폭행이라는 결과적 진실 너머, 파렴치한 폭행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술이 취해서라고 단순히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느꼈다. 나름 조직활동으로 단련된 활동가가 공적 역할 수행의 과정에서 그다지 친하지도 않고, 안 지도 얼마 되지않은 사람에게 술이 취했다고 그런 폭행을 했을까?
그것이 너무도 무섭다. 의도된 행동이라면, 혼자의 의도인가?
그 다음은 더욱 무섭다. 2차가해자들은 단지 조직보위에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아니다. 나름 눈치도 있고, 상황판단도 있을 뛰어난 분들이다. 눈치가 없지않았을 분들이 그러한 맥락을 알고도 흔한 실수라 생각했던 것일까? 조직은 건강한데 그저 한 간부의 개인적 실수라고 생각하면서 피해자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던가?
모든 성폭행은 사실 구조적 폭력이고, 제도적 폭력이며, 공범의 폭력이다. 잘 짜여진 메카니즘, 폭력을 묵인하는 관습에 길들이고,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 생각하는 도덕주의적 간교함이 성폭행의 용기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사례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조직보위를 위해, 어쩌면 작정하고 상황을 조성하면서 일부러 화약에 불을 붙이려 노력한 느낌들이다. 2차가해자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한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이기에 불편한 진실은 영원히 외면하고자 노력해버린 것일까? 눈을 감고, 자신의 책임을 감추며, 피해자가 과도한 요구만 하고 있다며 편리할대로 상황을 합성하고 있는 것일까?
최소한의 가장 기본적인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 정파의 문제도 아니고, 인류 역사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가장 광범위하고 끈질기며, 모든 폭력의 근원적 경험인 성폭력의 문제이다.
성폭력에 대한 피해자중심주의는 여성운동이 아니다. 계층운동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의 부정적 요소를 사회구조적으로 재생산하고 강제하는 계급모순의 작동방식의 핵심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 계급운동적 이해가 필요하다.
무섭다. 위원장-수부 여성할당제로 성평등의 진보를 성취한 것처럼 가장하며, 성인지적 관점과는 거리가 먼 지도부들의 준비되지않은 행태는 그가 혹 국회의원이 되었을망정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 되돌이켜야 한다.
5년여를 버티어온 피해생존자, 그리고 지지모임의 그 몸부림이 너무도 가상하고 존경스럽다.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세 표 차이로 패배하고, 말도 안되는 국회의원을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그렇게 계속 힘들고 상처받는 운동이었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고 달래자. 그리고 박수를 치도록 하자. 당신들이 싸운 상대는 가장 막강한 모순구조의 총체와 싸운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