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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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 내게 드라마나 영화는 그저 머리를 비우고 보는 휴식의 의미일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아마 아이를 키우면서) 등장인물의 상황에 과하게 몰입하게 되면서 그 감정들을 지켜보기가 버거웠다. 또 나는 멍 때리며 보고 나면 내용을 까먹는데, 남들이 주인공의 심리를 분석하고 복선을 찾고 개연성을 따지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학습부진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예능만 보게 되었다. 몰입하지 않아도, 잠깐 놓쳐도 이해하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아무 때고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무한도전>의 특집기획들은 예외였지만)

남의 약점을 공격하고 희화하며 웃음을 끌어내던 프로그램들은 이제 그래서는 안 되는 시절이 되자 웃기지 못하게 되었다. 점점 이게 예능인지 다큐인지 모르겠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그냥 연예인의 일상, 연예인의 여행, 연예인의 놀이를 보면서 웃음 포인트를 찾아야 했다. 혹여나 웃음을 놓칠까 봐 모든 대화와 상황을 자막으로 처리해주는 친절도 베풀어준다.

이제 예능이 갖춰야 할 기본 미덕은 ‘웃음과 감동‘이 된 듯하다. 하나 더하자면 힐링까지. 그래서인지 전처럼 예능이 재밌진 않다. 어쩌면 요즘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나의 상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라디오를 켜듯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없으면 조금 허전하지만, 있어도 딱히 집중하지 않는.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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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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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아이는 이제 제법 컸고 고양이는 흔히들 ‘모신다’고 하니 키운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호자 역할을 한다.
보호자는 지켜주는 사람이다. 신체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와 고양이를 지켜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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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호자는 가끔 잊을 때가 있다. 마음이 다치지 않게 돌보는 것도 보호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물리적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언제 깨닫느냐 하면, 보호자의 마음이 다쳤을 때다. 내 마음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 때, 아이는, 개는, 고양이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볼을 만지면, 복실복실한 털을 쓰다듬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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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도 한 명의 아기와 한 마리 개의 보호자이고 주인이다. 아기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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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우리 개 주인이야.
-너, 주인이 뭔지 알아?
-응, 안아주는 사람이지.
-엄마, 엄마는 내 주인이야.
-왜?
-나를 매일 안아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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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주인의 역할을 다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 책을 읽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안아주는 일, 마음을 다하는 일이다. 개와 다섯 해를 함께 산 아기는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그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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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점점 자라고, 개는 점점 늙어간다. 이제 개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행동도 굼뜨고, 실수도 잦아졌다. 냄새 나고 귀찮아진대도 아기가 계속 개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건 내 아이가 더 큰 다음에도 나를 안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의 투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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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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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는 언제나 진리. 이용한 작가의 글도 진리. 웃다가 울컥하다 짠하다 막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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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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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고 좋아서 친구에게 선물했네요. 정말 재밌게 잘 읽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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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경주야 - 어린이 경주 가이드북, 동화로 읽는 경주 여행 정보 이야기 안녕, 나는 가이드북 시리즈
이나영 지음 / 상상력놀이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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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전에 읽은 <안녕, 나는 제주도야>가 너무 좋아서, <안녕, 나는 경주야>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버렸다. 왜냐하면, 경주니까.

감흥 없는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다시 경주를 눈여겨보게 된 건 아마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0대 어느 여름휴가에는 친구와 밤기차를 타고 경주로 향했고, 나 못지않게 경주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신혼여행마저 경주로 갔다!

오래된 기와집과 나지막한 시가지가 어울린 곳, 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천 년도 넘은 고분과 문화재들이 툭 던져놓은 듯 자리 잡은 곳. 내 기억 속의 경주는 그런 곳이다. 아이와 함께 경주에 가서 그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안녕, 나는 경주야>를 함께 읽었다.

<안녕, 나는 제주도야>가 제주도의 자연, 지리를 주로 설명한다면, <안녕, 나는 경주야>는 아무래도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인 만큼 유물과 유적지에 대한 소개가 많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관련된 역사나 설화, 즉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초등 저학년에게 딱 맞춤한 여행책이다. 유적지 이용정보도 적혀 있어서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일러스트도 너무 예쁘고.

그리고 워크북! 이것만 들고 가면 체험학습보고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숨은그림찾기나 낱말퀴즈도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알쓸신잡의 여행지도 경주여서, 난 열심히 TV를 보고 이 책을 들춰보기를 반복하며 경주앓이중이다. 신혼여행 때 들렀던 대릉원에서, 불국사에서, 황남동에서 아이 손 잡고 사진 한번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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