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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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요일 밤의 치킨을 사랑하고, 주말에 외식메뉴로 삼겹살과 돼지갈비를 제일 먼저 꼽고, 주기적으로 햄버거를 먹어주어야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도 채소보다 고기를 훨씬 좋아한다. 인생의 절반을 이런 취향으로 살아왔으니, 채식은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동물에 대해, 육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손에 든 책.


귀엽고 차분한 만화체로 고발(?)하는 사육동물의 삶은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랄까. 알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산 채로 갈리는 수평아리의 삶, 부드러운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도살장으로 향하는 송아지의 삶, 의식이 있는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앙고라 토끼의 삶...

저자는 본인이 채식을 한다고 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반드시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그렇게 사육되는 동물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내버려지고 있는지를 담담한 그림으로 표현할 뿐이다. 그러면서 인간의 삶을 위해 동물이 괴롭거나 희생된다면 결국 그 결과가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도 오리털패딩을 벗지 못하는 내가, 가죽가방에 홀리는 내가, 치킨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이 부끄러움이 비거니즘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혹시나 건강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전에, 나의 의지로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조금씩 채식하는 삶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여리고 조용한 이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죽비로 한 대 맞는 기분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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