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를 위한 변명
유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꽤 오래 전에 어떤 분의 글에서 '담배는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라는 구절을 봤다. 그 글은 그 분이 담배를 끊는 과정에 대한 실감나는 수필이었다. 그 글을 읽고 '아, 담배는 정말 해롭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 뒤 이 책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마리화나는 당신을 혁명가로 만든다"는 구절과 미국의 배트남전 반대의 히피 이미지가 겹쳐지며,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냥 궁금한 채로 지나갔다.

그리고 올해 문학 수업을 하다가 담배와 대마초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다. 그러자  3,4년 전에 보았던 이 책 광고가 떠오르며, 호기심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런데, 이 책은 그저 나의 호기심만 채워준 정도가 아니었다. 정말로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고, 특히 인간의 편견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대마에 관한 여러 역사적 정보였다.  대마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의 하나이며, 19세기까지 세계 무역의 중심에 있었던 작물이고, 대마와 관련된 전쟁도 수 차례 있었다. 19세기까지 종이의 주원료였던 대마는 20세기 미국에서 나무를 이용한 펄프 제지술이 개발되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런데, 이 사건이 대마라는 작물에 대한 인류의 탄압의 시작이었다.

20세기초까지도 대마초는 인기있는 기호품의 하나였다. 미국 대통령 워싱턴 역시 대마 농장주였고, 마리화나 애용자였으리라 추정된다.이 시기까지 기호품으로서의  마리화나의 인기는 상승했으나  농업과 산업에서는 조금씩 위축되어 갔다. 그러나 1916년 대마 박피기와 추수기가 발명되고 1938년에는 더욱 뛰어난 자동화 기기가 발명됐다. 이를 계기로 대마산업은 다시 활성화되어 갔으나...

목재 펄프의 석유화학 공정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었던 듀폰사와  미국의 2대 신문왕인 허스트(제지자본의 대주주), 그리고 그들을 고객으로 하고 있었던 멜론은행의 대표 멜론, 그와 결탁한 연방마약관리국 관료에 의해서 악명높은 '마리화나 세금법'을 필두로 하여 마리화나에 대한 의도적인 비방여론 조성(인종적 편견을 부추기는)을 조성하고 마리화나는 급격히 '마약류'로 분류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재 펄프의 경우, 반드시 석유 화학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20세기초에는 몰랐으나 석유화학 기술이야말로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으로 인류 환경의 대재앙을 낳았다. 또 대마는 경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훼손하면 복원하는 데 적어도 30년 이상 걸리는 목재와는 다르다. 지금처럼 원목을 계속해서 베어낸다면 아마존 밀림은 170년 후에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등을 내세우며 대마초를 탄압했고, 대마초에 관한 논쟁 뒤에는 왜 항상 혁명과 자유에 대한 담론이 따라오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마리화나가 거의 합법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마약을 사용자'가 아닌 '마약' 자체를 문제 삼는 정책이 미국이나 중국처럼 극단적으로 마약 사용자를 처벌하는 정책보다 훨씬 마약 퇴치에 효과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약초로서의 대마의 효과에 대한 지식도 많이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내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자본에 의해 편견이 형성되는 과정,

우선 무엇보다 환경 파괴적인 제지술에 대한 대안으로서 표백할 필요가 없는 대마를 종이의 원료로  하는 것이 인류를 위한 대안이 아닌가 하는 절박한 물음,

그리고 역사를 왕조사나 권력 투쟁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한 개의 식물을 통해서도 이렇게 깊이 고찰할 수 있다는 관점,

그리고 마약에 대한 법집행을 어떤 시각에서 해야 되는가에 대한 네덜란드 사례의 시사점, 우리 학교도 '흡연자'를 문제 삼지 않고, '흡연' 자체와 싸운다면 학생들이 훨씬 건전하게 학교에 적응하며 금연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이 부분은 관심이 좀 덜하긴 하지만, 유현이 노동의 문제와 연관해서 대마초가 추는 쾌락에 대해 얘기한 부분도 생각배 볼 만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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