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아 > 옥춘당은 입에 문 송화는 보꾹을 올려다 보았어요.

'그림자가 꼭두각시 인형처럼 깝신댄다. 치마를 펄럭이며 겅중댄다. 영분이의 볼은 산당화 꽃잎처럼 발갛게 물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무논의 개구리처럼 떠들어댑니다. 강가습지에는 갈대와 부들이 배게 자랐고, 조리풀, 수크령들이 얼크러져서 몸을 숨기기에 좋았습니다.'

보꾹이니, 시렁이니 옥춘당이니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말을 풍부하게 쓴 것이 놀랍다는 박완서님의 추천글을 보고 이 책을 들었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단 한 문장도 예사롭지 않더군요.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책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영어의 다양한 표현을 배우면 배울 수록 우리말 한글에 대한 목마름은 커져만 가더군요. 참 이상하지요? 할머니가 부엌 무쇠솥에서 긁어주시는 누룽지마냥 구수하고 정감있는 문체가 그리웠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동화책을 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 안에서 오물오물 자꾸만 소리내어 읽고싶어집니다.

만약 제가 학부모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습니다.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저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요? 어른들도 쉬이 구사하기 힘든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이 그득합니다. 볕고개 아이들의 순수함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이 따스하고 보송보송해지구요.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고향과 친구를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오랜만에 만나는 구성진 우리말과 고향의 따스함과 아이들의 순진함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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