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라디오헤드? RH? 솔직히 처음 들어보았다. 워낙 락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당연했다. 음악을 들어봤다. 'Creep'을 YouTube 에서 찾아보니 처음에는 'The Creep'이 나와서 이것이 라디오헤드의 것인줄 알고 들었다. 아무래도 락그룹의 음악이 아닌것 같아 다시 찾아보았다. 모두 개인이 UCC로 올린 것이 많았는데 그 중 '마지막 공연 영상…' 뭐 이런 것이 있어 들어보았다. 아! 나도 들어본 음악이었던 것이다. 이 'Creep'을 처음 들었을 때 전자 기타 도입부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치 오토바이 시동이 걸리는 듯한 사운드였다. 출근길 이 책을 읽고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이 음악이 RH였구나' 라고 조우하는 순간이었다. 


RH를 잘 아는, 아니 그래도 락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었던 독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코웃음을 칠 것이 분명하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먼-'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이런 얼터네이티브 락? 아니면, 'RH식'의 음악을 하는 많은 대학 실험 무대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는 이 RH가 그들의 음악을 하는 이유이자 대단한 존재라는 사실은 비록 이 그룹을 몰랐던 나 조차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대에 많은 문화적 교류와 관계들, 역사들이 있는데, 그간 최소 10년동안은 RH가 그 축의 하나의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한 장르를 개척한 정도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이 책에서 보니 RH가 영향을 받은 두개의 다른 그룹도 나오기는 하지만 음악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하는 정신, (이 책에서는 철학) 방식들은 하나의 문화 트랜드가 되어버린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은 RH 매뉴얼 정도로 하면 그 성격이 조금 맞을 것 같다. 그러니 RH를 잘 아는, 락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었거나 했던 독자는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아마도 RH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처럼 RH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해나? 그래서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고, 읽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 주고,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음악적인, 혹은 문화적인 트랜드를 찾고, 더 나아가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흐름속에 영감을 얻어 다른 영역에 적용하고자 읽을 거리나 지식의 창고를 찾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서평을 작성해 보았다. 


먼저 RH를 이해할 수 있는 몇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이 키워드만 잘 보아도 RH가 추구하는 대중음악, 아니면 그들의 철학을 이해 할 수 있다. 


첫번째는 현상학이다. 현대인의 삶은 보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을 통해서도 불안하고 불길한 감정이 생긴다. 그것을 현상학에 비추어 RH를 설명한다. 그들의 음악과 노래는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음악과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시대는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들어 놓은 기계에 반응하며 또 그것에 기뻐한다. Siri(Apple사 iPhone에 탑재된 인공 지능 음성 인식 시스템)와 대화를 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RH는 그 이면을 노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산뜻하고 진보적인 기술의 이면을 노래할 때 어둡다. 불안함을 자극하고 불길한 영상을 송출한다. 보고 느끼도록 한다. '그게 다가 아니야, 노예가 되면 안돼'라고 말이다.


두번째는 저항성이다. 락음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락음악은 인기가 많다. 나이와 상관 없이 락음악을 한다면 젊은 오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이 저항성이 강하게 표출되는 음악이 있다. 그런데 라디오헤드는 기존 락그룹의 파괴적인 저항성에서 그치지 않고 그 저항성이 나오게 하는 사람의 마음의 공통 분모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앞에서도 언급한 '불안함', 즉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목소리가 하나 둘 모이면 그 두려움을 공감하는 사람들간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매우 더 큰 저항성이 생긴다. RH의 메인 보컬인 톰요크의 목소리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기 보다는 (그런 목소리가 어디 있으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매료시킬만한 목소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구나 그 마음에 두려움이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일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음악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는 오브젝트 Object 와 서브젝트 Subject 사이 경계의 모호함을 일컫는 애브젝트 Abject 다. 이는 많은 경계를 허문다. 나와 너 혹은 나의 것과 아닌 것, 노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아기가 엄마에게 분리되는 과정에서의 경계의 모호함 등 그런 가변적이고 분명하지 않은 경계가 없는 미학 예술을 추구한다. 


네번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다. 카타르시스는 동정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하는 비극의 핵심 개념으로 설명한다. 비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거다. 비극은 불행을 의미한다. 극중 불행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자처하거나 실수를 통해 안타깝게 온다. 이런 불행을 예술적으로 묘사하면 행복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RH는 이런 비극을 초래하는 인간의 오류, 실수를 범하기 쉬운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고통의 주위를 맴돈다. (이 또한 모호하게 경계를 흐린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나의 내면에도 이런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전적으로 동감 할 수 없었다. 가끔 이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좋지만 나의 삶이 비극, 불행, 고통 등으로만 채워진다면 매우 우울할 것이다. 


다섯번째는 의지박약 아크라시아가 되지 않은 환경 윤리다. 지난 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RH는 실재로 아직까지도 공연 때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강하다.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탄소 배출량을 고려해서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심에서 공연하고 공연장에서 일회용 패트병이나 종이컵을 쓰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분리수거 방식을 요구하는 등 꽤 많이 신경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이 탄소배출량을 매년 연례보고서를 써서 발표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RH의 정치적 관심 또는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주의다. 그래서 그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음반 회사자본주의에서 자유롭기 위해 처음으로 음원을 돈을 내고 싶은 만큼이라고 책정하기에 이른다. EMI와 계약하고 어느정도 인기를 얻고서다. 그들을 통해 비인기 그룹도 그 길을 갈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참 실험적이다. 락음악에다가 락의 주류도 아닌 새로운 장르 음악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는데 또 이들의 음악을 세계의 철학도들이 분석하고 평을 해주었다. 그것도 아주 철학적이며 지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요즘 PSY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이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그의 음악이 말초 신경만 자극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생각을 낳고 또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많이 생산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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