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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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묵하다. 그런데 일면,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엿보인다. 과묵함과 따뜻함, 고요함과 그 속에 가득한 `메시지` 속에서 허덕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는다. 뭐지 이게, 하면서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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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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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났다. 스륵 스륵 넘어가는 책을 원했다. 친구가 읽고 있었던 책, <완득이>는 그런 조건에 딱 맞는, 더할나위없이좋은 책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큰 울림은 없지만, 그만큼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물론 부쩍 많아진 판타지나 무협 소설처럼 흘러가듯이 읽는 인스턴트적인 경향이 강한 소설은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지, 어휘선택은 좀 어렵지만, 아마도 울림을, 또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책이 라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물론 생각보다 아프게 찔러오는 주제들이 있다. 청소년 문학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성장과 결합된, 시사고발적인 경향이다. 청소년문학의 특성상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자의 의도가 깔아져있으리라. 그런데 저자는 그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크게 보자면 결국 그러한 이야기도 이 사건의 흐름이다. 사회고발적인 성향을 성장으로 잘 덮어냈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넘치지 않는다. 성장소설에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딱 채워넣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을 자아내는 문체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이 소설을 일반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문화가정, 장애를 가진 아버지, 삐딱한 주인공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완득이'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오히려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학업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은 학교라는 체제에 반대하기를 포기한 것이 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무엇이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완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가 많은 학생들이 가슴속에 조금씩 가지고 있을 반항심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캐릭터는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캐릭터야말로 인기있는 소설의 조건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주인공인 '나(완득이)'도, 그의 여자친구인 '정윤하'도, 담임 '똥주'도, 심지어 '또라이'라고 언급되는 '혁주'까지도. 그리고 완득이의 삐뚤어진 성격 형성의 배경이 되고 있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물론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구보다 완득이고, 그 다음으로 똥주다. 따뜻하지만, 따뜻함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랄까. 특히 완득이는 얼핏 불량소년 또는 아웃사이더와 같은 학생으로 이해되기 쉬운데, 그보다는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방관 또는 관조를 택했을 뿐인 소년인 것이다.

그러한 캐릭터 속에 서있다 보면, 이러한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주인공이 부러울 정도다. 학업, 이라는 틀에서만 빠져나온다면 우리 인생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건 우리 모두가 동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공부해야해, 라는 상황만 아니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학교에서 공부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학교는 그 어디보다 재밌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물론, 과연 옥죄어오는 규제가 있을 때 그것을 피해서 즐기는 그 느낌을 살려낼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지만. 물론 그러한 의미에서 완득이가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득이는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청소년문학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욕설이 난무하는 책이다. 그 흔한 *표 처리도 안했다. 그냥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데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잘 녹아들어있다. 그런 표햔들이 오히려 정감이 간다. 욕설을 의도적으로 배치할 경우 생동감이니 뭐니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어 문학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라는 정형화된 설명은 뒤따를 필요도 없다. 그냥, 욕설이 아니면 어색하다. 욕설이기 때문에 나오는 그 느낌, 그 분위기, 어쩌면 '완득이'의 또다른 매력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완득이가 킥복싱을 시작한다거나, 그렇게 티격태격한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한쪽이 잘 해주면 한쪽이 차갑게 대하는 관계를 유지하다 이어지는 것,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는 것... 그 모두가 완득이의 성장의 과정이다. 완득이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왕따가 되어버린 정윤하 역시 완득이를 따라 성장하고, 마음을 열게되는 어머니와 아버지 역시 어떠한 의미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말은 조금 허망하다. 왜 갑자기 저렇게 끝? 이라는 생각도... 정윤하와 완득이가 순탄하게 잘 이어졌다는 점은 참 흐뭇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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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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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빌려다보고는 그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2010/11/14 - 정은궐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이야기인만큼 이야기를 확장시킬 뿐더러, 묘연한 상태로 끝을 맺었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빈 칸을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두 작품은 모두 봤을 때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된다. 사실 청나라 사신으로 간 이후의 이야기는 안나오느냐는 말도 있었고(작가님은 그건 안쓴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 하지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윤희가 여자임을 밝힌 뒤라 그 전까지와 같은 긴장감을 잘 이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윤희가 여자답게 행동하는 그런 이야기도 한 번쯤 보고 싶기는 하지만.

인물 관계 급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보면 알겠지만, 결국 이 책의 앞 부분에서 재신과 용하가 윤희의 정체를 이미 알아 차린다. 그 전까지는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알고 있는건지 없는건지 묘연하게 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야기에서는 초반에서 작가가 직접 서술함으로써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알고도 태연히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용하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알고 있다는 티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재신의 모습은 더 우스꽝스럽다. 물론 그런 재미의 밑바닥에는 선준과 윤희가 그들이 이미 윤희의 정체를 알아차렸음을 모르는 것이 가정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던 윤식이 이야기의 전반으로 나섬으로써 이야기의 주축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 즉 서영과의 러브라인을 이루어내는 것. 그것은 잘금 4인방 외에 또다른 이야기의 구심점이 됨과 동시에 에피소드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윤식과 윤희의 역할 교환은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윤식은 서영과의 사랑을 자기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윤희는 선준과의 사랑을 자신의 마음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뭐 결국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풀어냈던 것처럼 윤희가 둘의 관계도 맺어주고 모두 해피엔딩으로 만들어낸다. 사실 이 소설만큼 해피엔딩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피엔딩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베리 굳!

동시에 재신의 캐릭터도 조금 더 유쾌한 쪽으로 변해서, '반토막(다운)'과 즐거운 이야기를 펄쳐낸다. 다운은 이야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재신의 성격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을 이끌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난히 성장이 늦다고 설정된 다운은, 그런 어린 마음으로도 결국 재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괴로워하는 듯한 장면도 몇 번 나온다. 결국은 둘의 관계가, 재신답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정무, 즉 선준의 아버지. 이번부터 메인 캐릭터로 올라온 정무는 물론 출연 빈도는 그렇게 잦지 않지만 윤희와의 접촉을 통해서 그 성격을 드러낸다. 처음엔 절대 안된다던 정무가 천천히 변해가면서 윤희를 긍정적으로 쳐다보게 되는 모습은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통틀어 최대의 캐릭터는 정조다. 임금답지 않은 모습부터 일부러 골탕먹이는 듯한 모습, 모두 전작부터 나오던 모습이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게 정조의 야망, 과거와 엮이면서 조금 복잡하게 전개됬다. 그래도 그 성격은 웃기다 ㅋㅋㅋㅋ 밑도 끝도없이 나타나서 술주정부리고,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서 4인방을 갈구고(!) 난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 캐릭터 중 한 명이자, 4인방에게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자, 모든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본격화되어가는 선준과 윤희의 사랑

아랑, 당신의 사랑이 저를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사랑 안에 있는 한,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권 中
아마 이 인용구 한 줄이면 모든게 끝날, 점점 본격화되어가는 둘의 사랑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나오기 시작하지만. 덕분에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으로 계속 봤다. 왜 그런거 있잖아, 좋은 커플들은 옆에서 보기에도 좋다고.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청에 가면서 결국 윤희와 윤식이 다시 서로의 역할을 바꾸고, 그 결과로 둘은 이제부터 제대로 된 커플 생활(!)을 시작하겠지. 가상의 이야기이고 그 뒤의 이야기는 더 없지만, 역시 그런걸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고 그러면서 웃는 것도 모두 독서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

조금은 아쉬웠지만 역시 재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재미는 있었지만, 역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청벽서 등의 이야기를 가져오는 것은 전작과 지나치게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었고, 사건의 획기적인 전개를 새로이 써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것은 선준과 윤희를 이어주고 나머지 인물을 나름대로의 행복 속에서 살도록 설정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역시 책 곳곳에 어정쩡한 상태로 남겨둔 채로 이야기를 제대로 전개하지 않은 부분들은 아쉽다. 예를 들어 용하의 부인 이야기라거나. 용하의 아내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용하의 아내에 대한 설정은 용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설정에 전락해버렸다. 실제로 그 것이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심장에게 단락 마지막 부분을 자주 장식했던 이야기가 결국 진짜 이야기로는 녹아들지 못했다는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평가를 내려보자면 너무 만족. 무엇보다 그들 4인방과 있을 수 있는 시간을 2배로 늘려줬다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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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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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어색했다. 작가라고 자주 보던 작가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로맨스 소설엔 영 문외한이다보니, 그다지 보기 힘든 이름이었달까. 첫 책은 아니었다. 유명세는 크게 탔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소설. 덕분에 후속작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같이 유명세를 탔다. 사람 심리라는게 시리즈물은 처음이 재밌으면 다 보고 싶으니까 그런 거겠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다 읽는 나도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 라는.

굳이 나누자면 남성을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은 짙지 않다. 그렇다, 애초에 3:1이라는 구도부터해서 전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을 타겟팅한 소설이지 싶다. 아니,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그런 장르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 학교 도서관에 꽂혀있던 책이고, 인기도 장난아니다. 사실 남학생이 보기에도 껄끄럽지 않다. 웃으면서 볼만하다. 보기 좀 거북한 장면이라면, 뒤에 여자인게 밝혀진 뒤에, 조금 야하게 가버린 부분이랄까. 아무래도 나느 글로서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보는 내내 묘한 불편함에 시달렸다. 그런데서 불편함을 겪는 내가 더 변태인걸까? 그래도 뭐 계속 그런 상태였는걸.

등장하는 인물 4명은 모두 후덜덜..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외모야 관련된 묘사도 별로 없고 드라마도 안봤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참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김윤식(김윤희) 뿐만 아니라, 이선준, 문재신, 구용하 모두 너무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서로 장난치는 모습에서는 부러울 정도다. 물론 빼어난 외모라는 그들의 외모도 외모지만, 나름의 개성으로 가득찬, 그렇지만 그 누구도 솔직해지지 못하는(용하는 좀 솔직해지는 것 같기도...ㅋㅋㅋ) 그런 인물들이다. 3자의 입장에선 그저 흐뭇하게 낄낄거리면서 볼만하다. 나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요즘은 좀 더 진지한 책을 많이 읽고, 대입독서라고 이름붙일만한 독서도 해왔기 때문에, 책 자체에서 이런 매력을 느낀 책이 얼마만이냐 싶었다. 그렇다, 책이라고 하는건 그저 지식의 전달이라는 기능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서 쾌락을 추구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물론 <청춘의 독서>와 같은 책에서 쾌락이니 즐거움이니 하는걸 못느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과는 그 종류가 다르다. 이에 대해선 따로 글을 준비하고 싶지만, 나는 판타지니 뭐니 하는 책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순수문학만을 우수한 것으로 치고, 나머지를 열등한 문학으로 취급하면서 그것을 쓰는 작가, 그 책 자체, 그 책을 내주고 있는 출판사, 그것을 읽는 사람을 상식이 없다느니 교양이 없다느니 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과연 얼마나 교양이 있는 일인걸까.

아무래도 학교에서 자주 당하게 되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제지 같은 것은, 나는 본질적으로 반대한다. 책이라는건 우선 재밌어야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더라도. <청춘의 독서>나 <이기적 유전자>같은 좋은 예도 있다. 그만큼이나 책이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쾌락을 추구하는 대중 소설이 아닐까. 순수 문학에서 가져온 문학성이라는 잣대를 가져다 그런 책들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것은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만과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물론 본질적으로 그런 소비적은 대중 소설의 질적 저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건 비단 그런 책을 읽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걱정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기도.

책의 내용 자체는 그저 단순하다. 요즘 넘쳐흐르는 남장물 그 자체다. 여느 남장물과 마찬가지로 여자인걸 들키면 어쩌나하는 윤희와 그걸 전혀 모르고 있는 세 남자 간의 이야기다. 그들 사이에서 남녀의 정과 남자의 의리 모두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이야기는 읽을 수록 빠져든다. 답이 없다. 그냥 즐기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그걸로 좋지 않은가(다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갑자기 야해지는 부분은 조금 거북했다..ㅠㅠ).

그들의 사랑은 애절하고 우정은 진하다. 애정과 우정은 물론이고 본능과 이성 간의 다툼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자면 역시 재신이 아닐까. 거친 그가 자신의 진심을 밝히지 못하고, 그렇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잘 대해주고 마는 윤희에 대해 그의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란 도대체. 사실 윤희와 선준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지만 그만큼이나 재신과 용하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동시에, 확실히 고증 면에서는 어느 정도 문제는 있겠지만, 꽤나 열심히 준비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촌이니 뭐니 하는 것이. 이런 곳에서 조금은 잘못되더라도 배우다보면, 나중에 진짜 자료를 찾아보고, 그러면서 다시 되잡고, 그렇게 기억된 지식은 다른 지식보다 훨씬 오래간다.

왠지 멀기만 했던 '성균관'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괜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괜히 성균관 스캔들이 보고 싶네. 그렇지만 보든 어쩌든 그건 고3이 끝난 뒤의 야이기. 이제 수능 D-361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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