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김중만 사진 Ⅹ 황인찬 헌시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300부 한정 판매)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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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음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갑자기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조금은 짐작할 수가 있다. 청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다고 해서 삶이 많이 흔들릴까? 음악은 너무 흔하게 우리 곁에 있어서,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Oiver Sacks)는 이 책 <뮤지코필리아>(알마)에서 음악은 인간 존재의 일부”(p.455)라고 하며,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음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려준다. 책 제목인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음악’(music)필리아’(philia)를 결합해 음악사랑’ ‘음악 애호란 뜻이 담겼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생명사랑 biophilia’을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하듯이, 음악적 성향은 인간의 본성 속에 워낙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p.8)고 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색맹의 섬> 등 다양한 저술을 통해 인간의 뇌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면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간다. 저자가 음악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은 1966년이었다고 한다. 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음악이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하고 <깨어남>에서 그 이야기를 쓴다. 그 뒤 1980년대 까지는 음악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가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음악을 들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엄청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은 방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음악과 인간의 삶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 2부에서는 음악이 차고 넘치거나, 혹은 사라져버린 세계를 다룬다. 번개 맞고 갑자기 음악을 사랑하게 된 경우, 혹은 갑자기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실음악증, 2000편의 오페라를 부르는 음악 서번트, 음악과 함께 다양한 감각을 느끼는 공감각 에 대해 이야기한다. 3,4부에서는 특별한 치료의 힘을 지닌 음악에 대해 서술한다. 파킨슨병, 치매, 자폐, 정신질환, 윌리엄스증후군 등에 있어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들을 깨우고, 생생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음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보여준다. “음악은 감정과 상상력, 유머 감각, 창조력 그리고 정체성을 자극한다. 한 사람을 살아 있게 하고, 차분하게 안정시키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음악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놀라움과 경탄을 끌어낼 수 있다. 정신이 드는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비극적인 병세를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가끔 속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더없이 필요하다고 한다.

 

29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음악으로 인해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음악이 삶의 중심이었던 연주가들이 겪는 사례도 흥미롭다. 연주할 때면 갑자기 손이 움직이지 않는 근이상긴장증이라는 증세가 있다. 음악가들은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극복해보려 하지만 증세가 심해져서 연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음악 연주자들은 이런 증세를 숨기려했고, 의학적으로도 주목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뉴욕타임즈>에 문제의 증상을 상세히 털어놓은 후, 의학계와 과학계는 이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의학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을 겪은 에스트린이라는 음악가는 연주를 그만둔다. 대신 같은 증세를 겪는 음악가들을 위해 일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 모임을 만들고 질병을 널리 알린다. 한편 플라이셔라는 피아니스트는 오른손에 근긴장이상증을 겪은 후 연주를 그만두고 지휘자로 활동하다가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된다.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것을요.”(p.359). 질병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헤쳐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와 연구 자료가 등장한다. 증세에 따른 신체변화의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신경생리학에 관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기술함으로써 신비한 인체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환자를 대할 때 의학적 접근과 함께 질병이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눔으로써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초판이 발행된 후 수많은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질병의 사례를 나누며 좀 더 좋은 치료법을 찾기 바라는 환자들, 의료진들의 교류를 담고 있다. 질병치료의 역사와 의학적 사례뿐만 아니라 다윈,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자서전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음악적 사례를 나누고, 슈만, 베토벤,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등 음악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흥미로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음악을 만들어내고 노래하는 인간의 신체는 얼마나 신비로운지. 우리가 애도하고 기뻐하는 순간마다 음악은 어떻게 더 깊은 감정의 세계로 인도하는지. 올리버 색스가 안내하는 29편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사랑(Musicophilia)의 세계로 빠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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