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통령 되면 이런 놈은 반드시 사형 시킬 겁니다"라고 하는 홍준표에게 환호하는 유권자들이 많이 보인다. 보수의 관심사는 처벌이라 사형에 찬성하고 진보의 관심사는 예방이라 사형에 반대한단 고정관념이 퍼져 있다. 사형 집행을 부르짖는 정치인은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노리는 거다. 그런데 진보 유권자들도 사형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신념과 지지자의 신념이 다른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라면 사형에 찬성해야 하고 진보라면 사형에 반대해야 하는 거란 건 고정관념이다. 정당 정치가 시작된 곳은 유럽이고 보수도 진보도 다 유럽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EU 기본권 헌장엔 "어느 누구도 사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고 EU는 사형 집행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 유럽의 보수는 사형에 반대하는데 이건 단순히 인권의식 때문이라기보단 유럽의 보수가 개신교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십계명에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살인자라고 해도 그를 사형시키는 건 살인이다. 개신교에서는 인간을 살리든지 죽이든지 그건 신만이 하실 수 있는 영역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다. 난 보수에 가깝지만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사형에 반대한다. 대한민국의 보수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차지하는 지분이 큰데 개신교 신자들이 어떻게 사형에 찬성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형 집행만 하지 않고 사형 선고는 하고 있다. 어차피 집행하지 않을 거면 아예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게 맞다.

가장 상식적인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인가? 누구에게나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는가? 법원이 판결을 내리면 사람들은 이에 승복하는가? 정치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법령과 사회 규범을 지키며 본인에게 주어진 책임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믿을 수 있는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능력대로 일하고 기여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인가? 이렇게 가장 쉬우면서 상식적인 질문에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사회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사회를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두 기득권 정당들의 정치인들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은 삼권분립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결에 끼어드는 건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거고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다. "제가 대통령 되면 이런 놈은 반드시 사형 시킬 겁니다"라고 하는 홍준표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단 보수의 대권 주자로 뜨고 있단 걸 보면 대한민국의 보수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