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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를 표지로 한 오주석 선생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지난 2002년 작고하신 선생님의 4주기를 기리는 유고집이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책으로 다시 만난다는 것.

유고집을 받아들 때면 그래서 더욱 숙연한 마음이 된다.




통통한 노랑둥이 줄무늬 고양이가 나비와 함께 어우러진, 따사로운 그림만큼이나

필자의 글도 간결하고 정겹다. 기본적으로 신문 연재분을 기반으로 한 글이어서

각 글의 분량은 짧으나, 짧은 글 안에 우리 전통미술의 깊이와 넓이를 압축해

살살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해서, 금세 책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만다.

전통미술 분야에서 필자의 이름만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역시 오주석 선생님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학생일 무렵 읽었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고 느꼈던 확신이다.




책은 작고 가볍다. 핸드백 속에도 쏙 들어갈 법한 아담한 크기에,

그림의 전체 도판과 세부 도판을 함께 실어, 원화를 볼 수 없는 독자들이

그림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부 확대 도판이 좀 더 시원하게 들어갔으면

했던 점인데, 이는 책의 아담한 판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봄날의 고양이처럼 따스하고 귀여운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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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똑같은 대상을 찍는데도, 왜 내 사진은 항상 이 모양일까?’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막샷’만 남발하는 사람들이 늘 하는 고민이다. 작심하고 사진을 배워볼까 싶어 입문서도 뒤적여 보지만, 잘 만들었다고 소문난 책이 한눈에 이해되지 않을 때면 난감하다. 이런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나의 첫번째 사진책’을 한번 들여다보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표지의 ‘쫄지 마라!’는 문구처럼, 제목부터 은근히 안도감을 준다.

1989년 한겨레신문사 사진기자로 입사해 현재 ‘한겨레21’ 사진팀장으로 재직 중인 필자는, 흔히 사진 입문서에서 구구절절 나열하는 이론 부분은 간략히 짚고 넘어간다. 난해한 이론에 골머리를 앓다가 사진 배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셔터 스피드, 조리개, 적정 노출, 심도 등 기본 개념을 설명하긴 하지만, 가벼운 ‘몸 풀기’정도다.

이론 부분을 대폭 줄이는 대신, 2003년부터 인터넷 한겨레에 개설한 ‘곽윤섭 기자의 사진클리닉’에서 3000여 건의 사진 상담을 하며 반복된 사진의 문제적 유형과 좋은 사진의 유형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잘 찍은 사진만 열거하는 화보집 형식을 포기하는 대신,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느낌 있는 사진과 그렇지 못한 사진의 차이를 비교해 보여주는 형식은 유용하다.

이를테면, 안면도의 해변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이 어딘지 허전해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필자는 “이미지는 있지만 메시지로 승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바로 아래에 대조적으로 ‘느낌 있는 사진’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아래 사진은 안면도 해변과 마찬가지로 황량한 한강시민공원 풍경이지만, 얕게 깔린 눈 위로 자동차가 지나간 두 줄기 흔적에 시선이 모이면서, 그 길을 밟고 지나가는 세 사람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관광엽서 사진처럼 멋있는 풍경이 아닐지라도 ‘보는 이를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으로 변신하는 까닭을 수긍할 수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진 입문서
필자는 각 장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독자들에게 간단한 과제를 던진다. 마치 지면으로 받는 사진클리닉 수업 같은 느낌이 드는 대목들이다. 예컨대 촬영할 때 눈높이의 높고 낮음을 달리해 새로운 사진을 찍어보길 권유하면서, ‘한 살 꼬마의 눈높이에서 본 우리 동네’와 같이 손쉽게 실천해볼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 놀이터의 땅바닥 위에 카메라를 놓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놀이기구 위에서 찍을 수도 있고, 딱 한 살짜리 아이의 키만한 높이에 삼각대를 세우고 찍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렇듯 독자들이 상상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게 만든다.

그렇다고 필자가 무조건 숙제만 내주는 엄한 선생님은 아니다. 직접 눈높이를 바꿔가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굳이 잘 찍은 A컷 사진뿐 아니라, 무게 잡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B컷 사진도 함께 보여주어 시행착오의 과정까지 알 수 있다. 마치 친한 사진동호회 선배가 세심하게 사진을 가르쳐주듯, 친근감이 넘치는 구성 역시 사진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굳이 디지털카메라를 사지 않아도 웬만한 휴대전화에 기본으로 카메라가 딸려 나오는 세상이니, 바야흐로 ‘전 국민의 사진가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막샷’에서 벗어나 느낌이 있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을 때, 그러나 두껍고 어려운 사진 서적은 부담스러울 때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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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김에 <욕심쟁이 거인>에 대한 리뷰도 함께 올리려고 하던 참이었다.

오스카 와일드 원작에 리즈벳 쯔베르커의 삽화.

그림이 아름답고 거인에 대한 해석이 마음에 들어 아끼는 책인데

마우스를 잘못 클릭하는 바람에 절반쯤 쓴 리뷰가 홀랑 날아갔다.

바로 마우스 양 옆구리에 달린 뒤로 가기 버튼 때문이다.

허탈해서 더 이상 글 쓸 힘이 없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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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의 여행 베틀북 그림책 46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베틀북 / 200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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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비행기나 헬리콥터,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기계 종류를 유난히 좋아하죠. 특히 헬리콥터는 윙윙 신나게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잠자리를 연상시키는 까닭에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 높이에 맞춰 헬리콥터를 의인화한 책이 고미 타로의 「헬리콥터의 여행」입니다.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딱딱한 금속 비행물체에 지나지 않지만, 그림책 속에서 헬리콥터는 초록색, 분홍색의 앙증맞은 생명체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주 오랫동안 혼자 외로웠던 남자 헬리콥터가 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긴 모험을 떠나게 되거든요.

 

대개 어린이책 속 모험은 환상으로 포장되거나 악당과의 대립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편이지만, 고미 타로의 헬리콥터들이 벌이는 모험은 조금 다릅니다. 반갑게 짝을 이룬 헬리콥터 한 쌍은 그저 황량한 회색 들판과 거친 바다를 지나, 희미한 불안을 안고 어디론가 쉼 없이 날아갈 뿐입니다.

이들은 거친 폭풍우와 힘겹게 싸우고, 둘이서 힘을 모아 나쁜 헬리콥터를 혼내주기도 하고, 때로 몸이 아프면 가던 길을 멈추고 쉬기도 합니다. 그 여정은 두근두근 신나는 모험이기보다 더없이 쓸쓸하고 황량해 보이지만, 이들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중대한 사명을 이수해야 하는 사람처럼 비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헬리콥터들은 도대체 왜, 하염없이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는 걸까요? 그 의문은 이들이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 같은 마을을 지나, 교회 지붕 위에 멈춰 섰을 때 비로소 풀립니다. 어느새 엄마가 된 여자 헬리콥터는 소중한 아기를 낳기 위해 성스러운 장소를 찾아왔던 거예요. 어두운 밤이 지나고 사방을 가득 메운 금빛 햇살 속에, 조그맣고 하얀 아기 헬리콥터들이 무수히 날아오르는 장면은 큰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첫 장을 펼치던 순간부터 묵직하게 이어진 짙은 회색 배경은, 바로 이 한 장면의 극적 효과를 위해 존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밝고 투명한 수채화로 앙증맞게 그려낸 그림, 닮은꼴의 연상작용으로 벌어지는 유쾌한 상황연출이 고미 타로 그림책의 트레이드마크라면, 온통 회색 일색인 데다 불투명 물감으로 그린 「헬리콥터의 여행」은 전작들과 달리 무거운 느낌입니다. 하지만 고난 속에 성숙해지는 헬리콥터들의 모험은, 마치 우리네 삶의 여정을 은유하는 듯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적지 않은 감동을 받게 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훑어 읽고 줄거리를 파악한 뒤 다시 한번 더 읽으면, 고미 타로가 헬리콥터의 표정이나 몸 상태를 그릴 때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했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여자 헬리콥터의 꼬리 부분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통통해지는데 이는 임신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헬리콥터 눈 모양의 미세한 변화나, 프로펠러 모양만으로 감정을 표현한 탁월한 솜씨도 인상 깊습니다. 「헬리콥터의 여행」은 국내 번역된 30여 권의 고미 타로 책 중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특한 설정으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서 서로 다른 즐거움을 얻어갈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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