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외국가서 사람 됐습니다

중복리뷰 논쟁으로 알라딘이 시끄러운 와중에, 2박3일간 외국(구체적으로 홍콩입니다)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 가서 느꼈어요. 외국에 가면 견문이 넓어진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란 걸요. 외국음식을 못먹는지라 사흘 내내 미리 사가지고 간 컵라면과 햇반, 사발면을 먹긴 했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그 나라에도 인터넷 서점이 4개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의 인터넷서점에 들어가보니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Dual review is prohibited. If he do, he could be withdrewed (증복리뷰는 금지된다. 만일 그러면 탈퇴당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그곳의 서점은 모두 저만의 특성을 갖춘 채,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 비결을 홍콩에 사는 측근에게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4년 전, 여기서도 중복리뷰 때문에 아주 시끄러웠지. 한 사람이 여기저기에 리뷰를 올리니 서점간의 차별화도 안되고, 또 그들이 여기저기서 적립금을 휩쓸어가는 바람에 불만이 많았다고. 사흘간의 토론 끝에 한 인터넷 서점에 올린 리뷰를 다른 곳에 못올리게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지.”
그에 따르면 그 이후부터 인터넷서점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 되었고, 어떠한 부정이나 비리도 없이 평화롭게 유지되었다고 하네요. 중복리뷰를 하지 말자는 분들의 의견이 진실이었던 거죠.
사흘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와봤더니 여기도 그 동안 장족의 발전이 있었더군요. 중복리뷰를 가장 많이 올리던 세분이 서재를 나가셨고, 그간 박쥐생활을 하셨던 분들도 “앞으로는 리뷰를 한곳에만 올리겠다.”며 자정운동에 동참하고 계시네요. 이제 이곳 알라딘도 정의가 살아 숨쉬고,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아름다운 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간 알라딘에 평지풍파가 이따금씩 일어난 것도 사실은 중복리뷰에서 비롯되었다는 거, 알만한 분은 다 아시잖습니까? 우리 모두의 꿈인 인터넷 서점간의 차별화가 이루어질 토대도 자연스럽게 마련되었지요. 알라딘은 인문서가 강하고, 예스는 소설 부문이, 교보는 과학서적이 강세를 타나내는 식으로요.
알라딘이 클린서점이 된 게 제 연구실 청소를 막 마친 직후처럼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디다. 깨끗해진 이곳이 영 낯설고, 너무 작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네요.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어 페이퍼라도 하나 올리려 했지만, 영 글이 써지지 않네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내가 비리와 부정을 벗삼으며 살아온 세월이 너무도 길구나. 늘 좋은 척을 하며 살았지만, 사실 전 나쁜 놈이었습니다. 서재질을 해서 얻은 권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고, 중복리뷰 논쟁이 일어났을 때, 그쪽의 주장이 옳은 걸 알면서도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며, 심지어 말꼬리를 잡으며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었지요. 어느 분이 지적하신 것처럼 전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한 마디로 말도 안되는 짓도 해왔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제 마음 속에 있는 더러움에 대한 욕망이 모두 사라질 때, 즉 깨끗해진 알라딘 마을의 주민이 될 자격이 되었다고 판단될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요.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처럼을 마시면서 많은 수양을 쌓는다면 그날이 결국 오지 않겠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지금 떠나는 건 제 안의 더러움을 자각했기 때문이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전 제 자신을 알게 해준 그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황우석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도 못얻은 자신을 책망하는 마음뿐입니다. 20만 돌파를 지켜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 아쉽게 느껴지는 걸 보면, 수양을 완전히 쌓으려면 좀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 같네요.
알라딘 마을주민 여러분, 그간 저같이 나쁜 놈을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제가 돌아올수 있을 때까지, 알라딘을 아름답게 지켜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늘 여러분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마태우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