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읽는 이에게 한국사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또다른 방향이다. 우물속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역사는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물밖의 개구리가 바라보는 우리의 역사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당신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 말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펼친 이유다. '한국의 역사는 희생의 역사가 아니라 평화와 안정의 역사다!' "한국의 왕조 변화는 평화로웠습니다. 사회적 혁명이 아니었지요. 수 천 명의 살육도 없었고 지배 계급의 전멸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역사의 특수성이지요." "피터슨 교수님, 한국의 무덤이 도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교수님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군요. 한국 역사에서는 무덤을 도굴할 만큼 큰 혼란이 없었던 게 분명합니다." 한국사에 관한 책을 고를 때가 유독 어렵다. 각각의 책들이 모두 각자의 색깔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펼쳐보지 못했다. 잘못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우물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 는 오히려 궁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이 아니라서 더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나의 두려움도 어쩌면 갇힌 마음에서 나온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으로서 한 번쯤은 부끄러워했고, 한 번쯤은 화가 났던 주제들을 우물밖에서 바라본다. 마침내 새로운 방향으로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왠지모를 후련함은 기분 탓일까?